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률을 두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국민연금특위에서 내놓은 ‘15% 인상안’에 대해 정부가 “정부 방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면서다. 전문가들은 최근 5차 재정추계 결과 고려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국민연금 보험료율 15%로의 단계적 인상은 국회 연금특위 산하 자문위에서 논의 중인 방안”이라며 “정부 측 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조 장관의 요청으로 급히 마련됐다.
정부는 자문위 논의 내용이 혼란을 부추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는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연금개혁 초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중 개정 합의안을 내기로 했던 계획도 조금은 미뤄질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보험료율 인상 수치가 언론에 회자되자 정부가 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5차 추계’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9%) 유지 시 2041년 중 적자로 전환해 2055년에는 완전 고갈에 이른다. 고령화·저출산 심화로 5년 전 4차 추계와 비교해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졌다.
연금 자문위원들은 현 9% 수준인 보험료율을 점차 15%선 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소득대체율은 40%로 내리는 현재 계획을 유지하자는 쪽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50%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2.5%다.
기금 안정을 위해 수급개시 연령을 미뤄야한다는 의견도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했다. 현재 연령에 따라 60~65세인 수급 연령 연기는 국내기업의 통상적 정년 시기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의가 더욱 복잡하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보험료율 인상 저항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의’와 ‘목적’을 가입자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무적 세금부과가 아닌, 사회보장성 금융상품인 만큼 향후 수혜보장을 위해 조금 더 내고 찾아가는 걸 길게 하자는 취지의 보험료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나라에서 의무적으로 걷는 세금이 아닌 노후 보장을 위한 집단금융계약”이라며 “정부는 납부자 본인이 낸 돈을 그대로 돌려받는 개념이라는 원리를 정확히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세금과 연금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 지적했다.
조 교수는 “여론 반발로 개혁이 더뎌질 경우 또 다시 고갈시점이 당겨진다"며 “다만 현 경제상황을 고려해 해마다 적정 수준의 점진적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혼란도 연금개혁을 미뤄온 전 정부의 그릇된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연금 보험료율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최근 기준(2020년 연금연 자료) 주요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독일(18.6%), 스위덴(17.2%), 일본(18.4%)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대략 두배 정도 높다.
최근 파격적 개편을 주도한 프랑스가 비슷한 예로 자주 언급된다. 최근 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프랑스는 ‘더 내고 늦게 받자’를 핵심으로 새 방향을 짰다. 프랑스는 연금 수령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올리기로 했다. 물론 국민의 반발이 거세다.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4%가 퇴직 시점을 62세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지 정부에 따르면 현 제도 유지 시 2030년 연금 적자는 135억 유로(약 18조670억 원), 정부안을 따르면 2030년 177억 유로(약 23조7000억원)의 흑자가 전망된다. 개편 효과가 뚜렷하다.
국회 연금특위는 자문위 안을 바탕으로 이해단체 대표 15명, 일반 시민 500명이 참여하는 의견수렴기구를 추가로 구성해 4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한다. 국민연금 외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직역연금, 퇴직연금, 농지·주택연금 등도 모두 포함한다.
보건복지부 국회 연금특위에서 개혁방안을 마련하면 그 결과를 참고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국민연금법에 따라 올해 10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