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 항목 중 ‘실망실업자’라는 것이 있다.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됨에 따라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사람을 말한다. 실망실업자는 사실상 실업자에 해당된다. 하지만 고용통계상으로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숫자에서 제외된다.
고용통계에 이 실망실업자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은 케네디 정부다. 그런데 훗날 리처드 닉슨 대통령(37대)의 경제보좌관을 지낸 케빈 필립스가 이를 두고 케네디 정부의 ‘통계조작’이었다고 비판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높은 실업률로 정부의 이미지 손상이 우려되자 실망실업자 개념을 도입하는 꼼수로 실업률 수치를 낮췄다는 게 필립스의 주장이었다.
통계조작 스캔들에서는 이웃 일본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16년 일본 경제산업성은 ‘섬유유통통계조사’ 담당자가 유령 수치를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통계 담당자가 유효 응답률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에 응답한 기업의 데이터까지 포함해 통계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러나 여러 나라 중에도 통계조작의 대표 선수는 역시 중국이다. 모택동 시절에는 지방정부가 식량 생산 실적을 실제보다 부풀려 보고하는 바람에 그 통계를 기준으로 식량 배급 정책을 폈다가 막대한 아사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통계에 대한 불신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률만 해도 서방국가들은 중국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대신 자체적으로 수집한 중국의 전기사용량, 발전량 등의 통계를 동원해 따로 추정한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통계조작 논란이 뜨겁다. 지난 정권에서 소득분배, 주택가격 등의 통계를 조작했다는 혐의에 대해 감사원이 나선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8년 통계청이 소득 분배와 양극화가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이 전격 경질되면서 시작됐다. 후임 강신욱 통계청장은 조사 방식과 표본을 바꿨고 그 후 발표된 지표는 전보다 개선됐다. 2020년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감정원 통계를 인용해 주택가격이 11% 정도 올랐다고 답해 논란을 낳았다. 감정원 통계와 달리 KB국민은행 통계로는 문 정부 출범 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이 34%, 아파트 가격은 52%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경제통계는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량화한 수치자료로서 경제현상을 파악하고 금융・경제 상황의 구조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은행은 홈페이지에서 ‘통계의 역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 소개문처럼 경제통계가 왜곡되면 경제현상을 파악하고 그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앞서 예를 들었던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가 보여주듯 통치자는 종종 통계조작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 그 폐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나라로는 그리스가 꼽힌다.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 발표해 오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정이 바닥날 위기에 몰려서야 그 사실을 실토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리스에 등을 돌렸고 결국 그리스는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계조작 논란이 그리스에서와 같은 불행한 사태로 이어지는 일만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