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가 최근 알짜배기 타이어 시장으로 꼽히는 호주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새롭게 힘을 싣고 있다. 포화한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수익원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지난 9월말 기준 넥센그룹 계통도. 호주 판매법인(NEXEN TIRE AUSTRAILIA PTY LTD, 붉은선 안)이 새롭게 추가됐다. 출처=금융감독원
지난 9월말 기준 넥센그룹 계통도. 호주 판매법인(NEXEN TIRE AUSTRAILIA PTY LTD, 붉은선 안)이 새롭게 추가됐다. 출처=금융감독원

지점에서 판매법인으로 사업장 지위 승격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지난 달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호주 법인(NEXEN TIRE AUSTRAILIA PTY LTD)이 넥센그룹 계열사에 포함된 사실을 알렸다. 해당 법인명에는 호주 현행법상 비상장 법인을 의미하는 명칭인 ‘PTY LTD’가 기재됐다. 상장 불가능한 형태의 법인으로, 통상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설립하는 유한회사와 유사한 개념이다.

앞서 넥센타이어는 호주 시드니에 사무소 격의 지점(branch office)을 설립한 뒤 현지 소매 사업자에게 타이어 제품을 도매 공급해왔다. 영국 던롭, 일본 요코하마 등 타이어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주로 타이어뱅크와 같은 타이어 종합 판매상을 통해 제품을 유통하는 것과 유사한 사업방식이다.

넥센타이어는 이번에 판매법인을 설립함에 따라 현지에서의 사업에 본격 힘을 실을 계획이다. 판매법인을 설립하면 제품 판매전략을 차별화하는 방안이 도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넥센타이어 단독 매장을 설립하거나 더욱 다양한 제품으로 고객 니즈를 두루 충족시킬 수 있다.

넥센타이어의 호주 공략 행보는 국내 경쟁사에 비해서는 다소 늦은 편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2017년 현지 대규모 타이어 유통 브랜드인 작스 타이어즈를 인수해 판로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금호타이어도 2006년 현지 타이어 도매업체 타이어마스트를 인수한 뒤 유통망을 직접 운영해왔다. 금호타이어는 이에 더해 올해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아 호주 시장조사업체 캔스타 블루(Canstar Blue)로부터 별 4개를 획득해 시장 2위에 올랐다. 별 5개를 받은 피렐리가 1위를 차지했고, 미쉐린이 별 4개를 받았지만 항목별 평가에서 금호타이어에 소폭 뒤처져 3위를 기록했다.

넥센타이어가 호주 타이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 시점으로 비교할 때 두 한국 업체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시장에서 유의미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략 차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호주의 타이어 소매 시장 매출액 추이 및 전망. 출처=IBIS 월드, KOTRA
호주의 타이어 소매 시장 매출액 추이 및 전망. 출처=IBIS 월드, KOTRA

넥센타이어, 가성비 어필 해볼만…“고부가 시장 공략”

넥센타이어가 국내 시장에서 인정받은 차별화 요소 중 하나인 가성비를 앞세울 경우 호주 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호주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경기 침체기가 이어짐에 따라 저렴한 타이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무역 통계정보 미디어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lobal Trade Atlas)’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수입 타이어 시장에서 중국(42.6%), 태국(23.4%) 등지에서 생산된 중저가 타이어 제품이 시장의 3분의2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타이어 브랜드로 꼽히는 미쉐린도 현지에서 한 본당 5만원(50호주달러)이 채 안되는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는 중이다. 넥센타이어가 실속있는 교체용(RE) 타이어를 주로 소비하는 호주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특장점으로 어필할 만하다.

전희정 코트라 시드니무역관은 “호주의 타이어 소매 시장은 코로나19 영향력의 감소와 함께 경기 회복 및 소비자 자동차 구매 증가로 완만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최근 글로벌 브랜드 제품 중에서도 저렴한 가격대의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 경쟁력 있는 중저가 제품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넥센타이어가 호주 스포츠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2017년 현지의 A리그 구단인 멜버른 시티 FC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출처=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가 호주 스포츠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2017년 현지의 A리그 구단인 멜버른 시티 FC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출처=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는 향후 SUV, 픽업트럭 등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호주 시장에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해나갈 방침이다. 해당 차종에 장착되는 타이어는 큰 규격과 강한 내구성 등을 특징으로 갖춤에 따라 일반 승용차용 타이어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갖춘 제품으로 분류된다. 호주 보험사 버젯 다이렉트(Budget Direct)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에서 판매된 신차 중 SUV(50.7%), 경상용차(24.1%) 등 차종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호주 사업장을 판매법인으로 승격한 것은 소매 전략을 펼쳐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호주에 픽업트럭 등 대형차의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해 고인치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