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저장 시설. 출처=한국 딜로이트 그룹
수소 저장 시설. 출처=한국 딜로이트 그룹

한국이 탄소중립의 핵심 소재 중 하나로 꼽히는 수소분야에서 성장이 지체되고 있는 분석이 제기됐다. 강세를 보이던 수소전기차 분야가 대내외 변수로 인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소경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소차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기후위기의 현황과 대응 전략 등을 다룬 자료 ‘딜로이트 인사이트 24호:기후기술과 수소경제의 미래’를 29일 발간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하 딜로이트)은 최근 세계 각국이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려 기후기술(climate technology)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후기술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기, 기술, 지식 등을 지칭한다.

‘탄소 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통해 향후 30년 동안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액을 연간 4조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해 100조달러 투자할 계획이다.

전세계 권역별 대규모(메가와트급) 수소 프로젝트 추진 현황. 출처=Hydrogen Council, 한국 딜로이트 그룹
전세계 권역별 대규모(메가와트급) 수소 프로젝트 추진 현황. 출처=Hydrogen Council,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들도 최근 수년 동안 기후기술에 크게 관심보이고 활발히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계 기후기술 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지난해 448억 달러로 2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 산업군에서 글로벌 벤처 투자 금액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에너지 산업에서 1200%나 늘어났다.

딜로이트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소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기후기술에 투자하고 이 일환으로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는게 필요할 것으로 봤다. 수소가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지구상에서 지역적 편중없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와 함께 오랜 기간 대 용량 저장 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딜로이트는 높은 기술적 난도를 보이지만 에너지원으로서 장점을 갖춘 수소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민간 수소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의 사무국에서 활동하는 최용호 딜로이트 컨설팅 파트너는 “글로벌 수소경제에 있어서 전체 가치 창출의 완결성을 갖춘 생태계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수소경제 전환을 미래 국가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2016~2020년 수소 기술분야별 정부 R&D투자 추이. 출처=한국 딜로이트 그룹
한국 2016~2020년 수소 기술분야별 정부 R&D투자 추이. 출처=한국 딜로이트 그룹

수소경제 주도권은 미국에…한국, ‘활용’ 분야에 투자 몰려

딜로이트가 분석한 결과 수소경제는 본격 산업화하고 있다. 올해 EU 27개 회원국과 주요 권역별 국가 16개국 등 43개국이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600여개를 발표했다. 같은 기간 2400억달러에 달하는 직접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오는 2030년까지 해당 프로젝트 중 500여개가 완료될 경우 2050년 전세계 수소 사용량이 2억59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소경제의 리더십은 과거 유럽과 일본이 주도해오다 최근에는 그린뉴딜에 힘쓰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수소 경제에 관한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최종투자의사결정(FID)단계까지 이른 프로젝트는 4%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도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중장기 수소 공급 기반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2016~2020년 기간 생산, 저장, 운송, 안전, 활용 등 수소경제 분야에 투자한 금액 중 52%가 ‘활용’ 분야에 편중된 것도 지적했다. 활용 분야는 수송(차량), 발전·산업(연료전지시스템 등) 등 부문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서 최종 소비하는 단계를 다루는 분야다. 이에 따라 분야 간 기술성숙도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항공산업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공급해야하는 지속가능항공연료(SAF) 물량 전망. 출처=국제항공운송협회, 한국 딜로이트 그룹
항공산업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공급해야하는 지속가능항공연료(SAF) 물량 전망. 출처=국제항공운송협회, 한국 딜로이트 그룹

딜로이트는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산업 중 하나로 수소전기차를 꼽았다. 한국이 수소전기차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차량 가격, 인프라 부족, 안정성 우려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성장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수소경제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수소 분야의 초점을 상용차, 도심항공기(UAM) 등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장해야 할 것으로 봤다.

이 중 항공산업의 경우 강압적인 탄소중립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제안했다. 딜로이트는 항공산업 넷제로의 핵심 기술로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전기 추진 항공기, 수소 항공기 등을 지목했다.

다만 이를 각 항공사가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밀어붙일 경우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재무건전성을 해치는 것은 탄소중립을 실행하는데 부정적인 요소다. 딜로이트는 이에 따라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도입해 항공산업의 탄소중립 로드맵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제품 유형별 대체식품 시장 전망. 출처=한국 딜로이트 그룹
제품 유형별 대체식품 시장 전망. 출처=한국 딜로이트 그룹

건물 ‘모듈러 공법’…식품 ‘식물성 대체육’ 눈길

딜로이트는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과 경제회복을 동시에 달성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청정에너지 기술투자가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성장동력을 얻을 산업 부문으로 건설, 식품 등 크게 두 분야를 꼽았다.

이 중 건설 부문에서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인 제로에너지빌딩(ZEB)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기획, 설계, 엔지니어링, 승임/확정, 현장 작업으로 분류되는 건설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할 모듈러 공법 등을 소개했다.

식품 분야에서 주목받는 개념인 ‘식물성 대체육’의 탄소감축 효과는 친환경 시멘트 3배, 친환경 건물 7배, 전기자동차 11배 등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푸드테크도 식품 제조·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딜로이트는 대체식품 시장 규모가 2029년 36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백인규 한국 딜로이트 그룹 ESG 센터장은 "기후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수소경제의 경우 산업 파급력과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미래 전략을 발 빠르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