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저한 실리를 중심에 둔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 세일즈 외교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기회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외교적 행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교 기조에 대해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과 동시에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적용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제2의 중동 특수 ‘기대감’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는 지난 17일 전격 방한했다. 하루가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국내에 머무른 빈 살만 왕세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더불어 재계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를 서울 용산구 관저로 초대해 오찬을 갖고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들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에게 “에너지, 인프라·건설 방위산업 등 3개 산업 분야에서 특히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부는 ‘전략 파트너십 위원회’를 신설해 에너지·투자·방산·문화교류·인적교류·관광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사우디는 총 사업 규모 약 1400조원 이상인 국가적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 참여 기회를 잡기 위한 물밑 작업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의 오찬회담 직후 숙소인 서울 중구 롯데호텔로 돌아와 국내 기업인들과도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다.
이번 방한의 협의 결과는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의 공식 발언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칼리드 장관은 “300억달러(약 40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전제로 하는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총 26건의 투자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한국의 기업들과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같은 날 오후, 우리나라에는 또 한 명의 해외 국빈이 방문했다.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을 공식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국-네덜란드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의 주요 논제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두 나라 간의 적극적 협력관계 구축이었다.
윤 대통령과 루터 총리는 회담의 시작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리고 네덜란드 ASML 피터 베닝크 CEO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의 대표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회담 후 윤 대통령과 루터 총리는 공동 발표문을 통해 “반도체 장비 제조 강국인 네덜란드와 반도체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의 상호 보완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양국은 원전·에너지 분야에서도 상호 발전적인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며 “한국과 네덜란드는 종전까지의 ‘경제적 협력 관계’에서 한 단계 격상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네덜란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전 세계 1위 반도체 제조 장비 생산기업인 ASML이 바로 네덜란드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ASML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회담을 통한 네덜란드와의 관계 개선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ASML의 반도체 장비 도입에 있어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기회 확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연이은 두 차례의 회담은 공통점이 있었다. 재계에서는 이와 같은 정부 주도의 ‘세일즈 외교’에 대한 긍정적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 비즈니스가 점점 위축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외교를 통해 늘어나는 글로벌 사업의 기회는 국내의 많은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각자의 기술적 역량 강화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