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2021년 11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현장경영 차 방문한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전한 당부이자, 자신의 시대에서 실현될 삼성의 비전이 압축된 한 마디다.

이재용 회장이 ASML을 방문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ASML을 방문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당시 이재용 회장의 선언은 한 마디는 반도체 사업 진출 선언으로 삼성의 미래를 바꾼 이병철 회장의 ‘도쿄선언(1978)’,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말하며 삼성의 대대적 경영혁신을 이끈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1993)’에 준하는 파급력을 보여줬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제 2의 신경영 선언’ 혹은 ‘테일러 선언’으로 회자됐다. 그리고 10월 27일, 삼성 이사회의 회장 승진 안건 승인으로 이 회장은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강력한 경영 드라이브

경영 드라이브도 강하게 걸었다. 2019년 발표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입체적인 전략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뉴삼성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사구시 등 의미있는 철학을 중심에 두고 조직 전체를 유기적으로 가동시키는 방법론의 연장선이다.

나아가 지난달 11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의 바이오로직스 제 4공장을 찾으며 비 전자계열사 광폭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글로벌 경영에도 속도를 냈다. 틈이 나는 대로 글로벌 경영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 회장은 지난 6월 11박 12일의 일정으로 헝가리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벨기에 루벤을 방문해 유럽 최대 규모 종합반도체 연구소인 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협력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백미는 네덜란드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ASML 본사 방문이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필수요소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 기업인 ASML은 삼성전자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유럽 출장길에서도 이 부회장은 ASML 본사를 방문해 장비의 생산 공정을 견학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찾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양사간 전략적 제휴와 같은 구체적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지만 다양한 측면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 등 다양한 곳에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과 해외 현장 경영을 펼치기도 했다. 

적극적 소통 행보

이재용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며 “앞으로 기업인으로서 책무와 소임을 다하며, 지속적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삼성의 주요 사업장들을 직접 찾아가 사업장의 책임자들과 젊은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했다. 실제로 경영복귀 후 첫 공식 일정으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8월 30일에는 서울 송파구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해 경영진들과 만나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장의 적극적 현장 행보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9월 13일 남미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첫 해외 지점인 파나마 법인의 현지 책임자들과 임직원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

이어서 10월 12일 이재용 회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의 제 2기의 위원들과 처음으로 대면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준법 경영·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준법위가 제시하는 목표에 적극 동참함과 더불어 삼성 근로자들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MZ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MZ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이를 통해 이 회장은 경영진-임직원-준법위 등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 구성원들을 아우르며 그들에게 자신의 경영 비전을 설득시키는 작업들을 꾸준하게 진행했다.

8월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한 이 회장은 회사의 워킹맘(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 임직원 10여 명과 함께하는 간담회에 참여해 직원들의 업무상 애로사항 등 다양한 목소리들을 경청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또한 젊은 임직원들과 함께 인증사진을 찍으며 가까이에서 대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에서 특히 재미있게 화제가 된 것은 각 사업장들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이 회장의 모습이었다. 이 때 식당에서 찍힌 이 회장의 사진들은 MZ세대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될 정도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면과제 그리고 부담감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서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최고 주력사업인 반도체는 코로나19 확산기의 기록적 호황과는 전혀 다른 위기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호황 시기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은 시장의 공급과잉을 초래하며 반도체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됐다. 이러한 상황은 직간접적으로 삼성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아울러 미-중 분쟁으로 셈법이 복잡해진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경쟁, 중국 기업들에게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는 삼성 메모리반도체의 입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 강화 등을 포함한 수없이 많은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안정된 경영체계가 이러한 문제들을 가장 빠른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선제 조건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재용 회장에게는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자신의 경영 비전을 실현하는 당면과제가 주어졌다. 결코 가볍지 않은 짐이다.

지난 27일 재판 참석 차 법원을 방문한 이재용 회장은 취임의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습니다”라면서 직접 체감하는 부담감을 표현했다. 이어서 이 회장은 “국민들에게 조금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