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기차 시대가 활성화되면서 럭셔리형 전기차 충전소가 확대될 전망이다. 차량의 충전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피로를 덜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소 중 라운지를 갖춘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 충전을 대신 진행해줄 수 있는 호텔 발렛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소 운영 방식의 변화가 없을 경우, 프리미엄 전기차 소유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 2월부터 전국 5곳에 전용 전기차 충전소를 마련했다. 충전소 기계는 기존 현대차그룹 E-pit(이핏)과 동일한 사양이지만, 고급 브랜드에 걸맞는 부가 서비스를 입힌 것이 특징이다.

제네시스 강남 전기차 충전소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강남 전기차 충전소 (사진=제네시스)

차도 충전하고 나도 충전한다

제네시스 전용 전기차 충전소 5곳 중 제네시스 강남과 제네시스 수지 등 두 곳은 제네시스 직원이 전기차 충전을 돕는 발렛 서비스가 있다. 현대차 동부하이테크센터, 현대차 남부하이테크센터,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등에는 제네시스 전기차 충전소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라운지를 갖췄다. 발렛 서비스가 불가능하지만, 충전 도중 라운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제네시스 전용 전기차 충전소는 수도권에만 집중된 상태다. 수도권 제외 타 지역의 설치 예정 여부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현실적으로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바로 호텔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워커힐 호텔과 체결한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만약 제네시스 전기차 멤버십이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발렛 서비스를 이용하면 무료 전기차 충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네시스는 이를 위해 워커힐 호텔 주차타워 1층에 제네시스 전용 완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제네시스는 현재까지 신라호텔, 더 플라자 호텔, 인터컨티넨탈, 파라다이스시티 등 다양한 호텔에 브랜드 멤버십 혜택 계약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들 호텔은 워커힐처럼 무료 전기차 충전 서비스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 럭셔리 충전 서비스 강화를 위한 제네시스만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독일 뉘른베르크 아우디 '차징 허브(Charging Hub)' 전기차 충전소 (사진=아우디)
독일 뉘른베르크 아우디 '차징 허브(Charging Hub)' 전기차 충전소 (사진=아우디)
아우디 독일 뉘른베르크 '차징 허브' 내부 고객 라운지 (사진=아우디)
아우디 독일 뉘른베르크 '차징 허브' 내부 고객 라운지 (사진=아우디)

지난해 12월 독일 뉘른베르크에 개설된 아우디의 ‘차징 허브(Charging Hub)’는 럭셔리 브랜드 전기차 충전소 운영의 좋은 사례 중 하나다.

차징 허브 건물 1층에는 최고출력 320㎾ 급 초고속 충전기 6기가 자리잡았다. 2층에는 아우디 고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 충전하는 동안 운전자들이 음식, 음료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라운지에서 전기차 충전 상태도 살펴볼 수 있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충전 고객들을 위한 라운지 공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테슬라는 현재 북미 지역 일부에 슈퍼차저와 고객 휴식 공간을 혼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서는 이 시설이 마련되지 않았다. 대신 일부 지역에는 테슬라 충전 고객을 위한 휴식공간을 민간 스스로 구축한 사례가 있다.

차량 청소 겸용 충전 서비스 눈길

프리미엄 가치를 높여줄 전기차 충전소는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충전소 운영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아직까지 애매모호한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픽업앤충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날짜, 시간, 차량 위치 등을 선택하고 픽업 비용 2만원을 결제하면 충전과 실내 청소가 가능하다. 5000원을 추가하면 기계식 세차도 가능하다. 이미 현대차는 디지털키 서비스를 주요 차종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 직원에게 별도로 스마트키를 넘겨줄 필요가 없다.

현대차와 기아 등은 약 3년 이상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를 운영한 경력이 있다. 현대차 찾아가는 충전서비스는 1회 충전시 최대 7㎾h 충전(승용 전기차 기준 44km, 포터 EV 트럭 22km)시키는 비상 충전 용도이지만, 기아가 운영하는 충전 서비스는 최대 40㎾h 충전이 가능한 상시 이동형 충전 개념이다.

세차와 전기차 충전이 동시에 가능한 경기도 용인 현대차 EV 파크 (사진=현대차)
세차와 전기차 충전이 동시에 가능한 경기도 용인 현대차 EV 파크 (사진=현대차)

현대차 픽업앱충전 서비스는 전기차 충전뿐만 아니라 세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전기차 충전 고객이 대다수 주유소 내 세차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이같은 충전 서비스는 제네시스, 포르쉐, 벤츠, 아우디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현대차는 또 별도로 세차와 충전을 결합한 ‘EV 파크’를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 구축했다. 세차장 내 급속 충전기 4대를 설치해 세차와 충전을 동시에 즐길 수 있지만, 충전소 운영 성격이 아직까지 프리미엄 급에 맞춰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르쉐, 24시간 충전 라운지 국내 첫 구축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차별화된 국내 전기차 충전소 구축 전쟁은 내년부터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 시작을 알릴 브랜드는 바로 포르쉐다.

포르쉐는 21일 성수동에 구축될 포르쉐 센터 성수 기공식을 열었다.

내년 상반기 구축될 예정인 포르쉐 센터 성수는 전 세계 최초의 전기차 24시간 충전 라운지가 구축되며, 개별 출고 공간이 마련된다. 전기차 충전 기반과 함께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포르쉐코리아 계획이다. 이 방식은 기존 현대차와 제네시스 등이 생각하지 못한 서비스다. 시간에 상관없이 차와 사람이 충전할 수 프리미엄 전기차 충전소의 개념은 내년 이후에 확대될 전망이다.

포르쉐코리아가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신규 딜러사 세영모빌리티와 함께 포르쉐 성수 기공식을 가졌다. 출처=포르쉐코리아
포르쉐코리아가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신규 딜러사 세영모빌리티와 함께 포르쉐 성수 기공식을 가졌다. 출처=포르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