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질타를 받고 있다. 분노한 게임 소비자들은 게임사 앞에 울분을 토하는 전광판 트럭을 보내 시위를 벌였으며, 이슈를 그대로 지속해 국정감사까지 끌고 갈 기세다. 소비자들은 돈을 내고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에 수십억원 결제한 소위 ‘고래’ 소비자도 동참해 불만을 쉽게 잠재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과도한 비즈니스모델(BM)은 사회적으로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트린 종교에서도 성본이라고 불리는 경전 하나에 3억원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술이 붙었다. 종교와 결합한 BM은 일정한 금액 이상 기부를 하면 ‘독지가’라는 명칭을 부여하면서 교인들 간에 차별화를 꾀했다. 사실상 같은 종교인이라도 차등을 둔 것이다. 독실한 신자에게 경쟁적인 기부 문화를 만들어 교단의 부를 채웠다. 현재 일본에서는 해당 종교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인터랙티브 방송을 표방한 인터넷방송을 보면 더하다. 대표적인 국내 인터넷방송인 아프리카TV는 해당 채널에 얼마나 많은 별풍선(재화)을 제공했느냐에 따라 속칭 ‘회장님(팬클럽 회장)’이라고 부르는 문화가 형성됐다. 3시간 만에 1억원, 한달에 수억원씩 쏟아부어 개인방송 진행자(BJ)에게 회장님이라고 불리고 싶어 한다. 이는 다른 인터넷방송에서도 명칭만 살짝 바뀌었을 뿐 전반적인 BM 구조가 비슷하게 흐른다.

게임도 그런 흐름에 타면서 BM이 강화됐다. 게임업계는 1990년대 후반 엔딩이 존재한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웰메이드가 중요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2000년대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함께 네버엔딩 스토리를 담은 PC온라인 게임이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바일로 옮긴 트렌드는 BM을 심화했다. 어느 순간부터 게임에서 누군가 ‘최고급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등 부러움을 사는 메시지가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BM의 본질은 허영심이다. 단지 자기만족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것을 실체화한 것이다. 판매자는 사람들과 더 경쟁시키고, 더 드러나게 만들면서 잇속을 챙긴다. 물론 허영심에 붙은 상술을 욕할 순 없다. 다만 그 가치에 비해 과연 합당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독지가라는 타이틀을 얻고, BJ에게 회장님 소리를 듣고, 게임 속에서 부러움을 받을 땐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실을 깨닫는 순간 분노하게 된다.

허영심을 노린 상술은 오래전에도 존재했다. 조선시대 합법적으로 신분 상승 경로로 통한 ‘공명첩’ 제도다. 공명첩은 임진왜란 때 피폐한 재정을 채우기 위해 탄생했다. 상권이 발달하면서 많은 재산을 모은 상인들은 신분을 높이기 위해 공명첩의 일종인 ‘고신첩’을 샀고, 허울뿐인 관직을 가지면서 법적으로 양반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공명첩도 과도하게 공급되면서 가격이 헐값으로 떨어져 신분제도에 혼란을 가져오고, 군역과 납속에서 폐단을 일으켰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허영심을 노린 상술은 계속 진화 중이다. 공명첩이 ‘획기적인 사업모델’로 포장되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더 많은 공명첩이 등장하기 전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결과에서 나타난 폐단은 이미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