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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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새출발기금’이 오는 10월부터 총 30조원 규모로 시행된다.

도덕적 해이 우려와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지원 규모보다는 축소됐다. 원금 감면이나 금리 할인 등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는 한도는 1인당 최대 15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심사 과정을 도입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하거나 고의로 연체한 경우 채무조정을 무효로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거리두기 정책 등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빚을 늘렸다가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취약차주의 빚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게 도입 취지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기존 채무조정 제도와 기본 틀을 같이한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지원 대상을 한정하는 대신 채무조정 폭과 방식을 다소 확대한 게 특징이다.

지원대상은 코로나 피해 개인사업자 또는 소상공인으로 90일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부실차주’와 근시일 내에 장기연체에 빠질 위험이 큰 ‘부실우려차주’다. 사업자 대상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을 받은 적이 있거나 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한 이력이 있음을 증빙하면 된다.

원금조정은 상환능력을 크게 상실해 부실차주가 된 연체 90일 이상 차주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이들이 보유한 신용·보증채무 중 재산가액을 초과하는 순부채에 한해 60∼80%의 원금조정을 해준다. 자산이 많을수록 감면 폭이 0%로 줄어드는 구조다.

부실우려차주는 원금감면을 받을 수 없다. 부실차주의 채무 중에서도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담보대출은 원금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채무조정을 받기 위해 고의로 연체한 차주는 구제되지 않는다. 정기적인 재산조사를 통해 나중에라도 은닉재산이 발견될 경우 기존 채무조정이 무효 처리된다. 상환 기간은 차주의 상환 여력에 맞게 최대 10년(부동산담보대출은 20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연장된다.

최대 1년(부동산담보대출은 3년)까지 분할상환금 납부 유예도 신청할 수 있다. 사정이 어려운 경우엔 1년간 이자까지도 납부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고금리 대출을 중·저금리로 바꿀 수도 있다. 신용점수에 영향이 적은 연체일 30일 이내인 경우 연 9% 초과 금리에 한해 연 9%로 조정되고, 신용점수 하락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연체 30일 이후인 경우 상환 기간 내 연 3∼4%대(잠정)의 단일금리로 하향 고정된다.

채무조정 내용과 차주가 체감하는 신용 불이익은 신청 차주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 신청 전 충분한 안내와 상담을 거쳐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당부다.

다만 채무조정 차주에겐 조정 내용에 따라 신용 불이익이 뒤따른다. 금융회사에 이미 장기연체자로 등록된 90일 이상 연체 부실 차주의 경우 장기연체정보가 해제되는 대신 2년간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가 신용정보원에 등록돼 전 금융권과 신용정보회사에 공유된다. 이 기간 해당 차주는 신규 대출은 물론 카드 이용·발급 등 새로운 신용거래가 사실상 어렵게 된다.

금융위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지원으로 약 30만∼40만명(중개형 포함)의 소상공인이 빚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원대상 자영업자·소상공인 총 220만명이 보유한 금융권 채무액 660조원의 약 5∼6% 수준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10월 중 새출발기금 접수를 위한 통합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할 예정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 잠재부실 규모는 자영업자 대출의 5~8% 수준으로 추산되나 저금리·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손실보전금·저리정책금융 지원 등으로 부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 재확산과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경제·금융환경이 악화되는 경우 잠재부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대웅하기 위해 이같은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는 성실 상환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 외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맞춤형 정책자금 지원액 41조2000억원 ▲고금리 사업자대출의 저금리 전환 8조5000억원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 10조원 등 다양한 민생안정대책으로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