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의 메타버스인 세컨블록(2ndblock)은 지난해 11월 30일 베타 버전으로 출시되어 최근 소프트 런칭에 돌입했다. 정식 런칭은 기존 계획보다 늦어진 올해 하반기다. 취재 결과 8월과 9월이 유력하지만 내부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가 메타버스 플랫폼인 세컨블록을 구축한 것 자체는 크게 어색하지 않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가상자산과 메타버스 NFT 등은 비슷한 생태계에서 서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메타버스는 엘도라도에 필적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메타버스는 1990년대의 PC, 2000년대 인터넷, 2010년대 모바일에 이어 우리 삶을 바꿀 차세대 ICT 혁신”이라며, “세컨블록을 시작으로 두나무는 메타버스 산업이 가진 무한한 기회를 발굴하고, 적극적인 개발과 투자를 통해 차세대 콘텐츠 경제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흥미로운 대목은 세컨블록의 방향성이다. 몇몇 특이점이 보인다. 키워드는 2D, 낮은 진입장벽, 오프라인, 1000명, 소통의 방식이다.

세컨블록의 특이점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고도의 그래픽을 자랑한다. 3D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아바타는 물론 메타버스 전반의 세계가 '현실감'을 어느정도 충족시키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세컨블록은 분위기가 다르다. 2D 픽셀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어 색다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일단 2D 픽셀 기반이라 화려함이 떨어지고 다소 조잡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다만 시야를 더 넓혀보면 전혀 다른 관전 포인트가 떠오른다. 직관적이고 간편한 2D 기반 UI(User Interface)를 선택할 경우 이용자 편의를 개선하고 사용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친숙하고, 또 쉽다.
정교하고 생생한 3D 아바타의 세계는 그와 비례해 조작 등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세컨블록은 가상 공간 내 정보들이 2D로 구현되기 때문에 별도의 학습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다음 특이점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쉽다'는 점. 실제로 세컨블록은 공간 개설이나 아바타 조작 등 이용 방법도 단순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심지어 가입하는 것도 간단하다. 2D 픽셀 기반의 정체성과 더불어 운용 방식 자체에도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두나무의 노력이 곳곳에 배어있는 분위기다.
또 다른 특이점은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에 화상 채팅 기능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아바타들이 가까워지면 활성화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메타버스들이 온라인, 즉 가상세계에 많은 집중을 한다면 세컨블록은 온오프라인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는 증거다.
재미있는 전략이다.
많은 사람들은 온라인에 대해 무한한 확장성을 제공하고 오프라인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많은 O2O 플랫폼 비즈니스들이 온라인 문법을 오프라인에 공격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의 행간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발을 내딛고 진짜로 살아가는 오프라인의 확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기술적 관점에서 시공간을 초월하지만,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오프라인도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모든 자연현상의 무수한 확률로 가득차 있다. 심지어 비즈니스가 벌어지는 곳, 즉 무언가 결정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곳은 바로 오프라인이다.
세컨블록은 여기에 착안했다. 실제로 세컨블록의 화상 채팅 기능은 단순히 일 대 일의 관계를 넘어 가상 공간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이용자는 자신의 아바타를 원하는 곳 어디든 이동시킬 수 있으며, 아바타 간 거리가 가까워지면 화상 채팅 창이 생성돼 서로 자연스러운 소통과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공간 생성 시 그룹존 설정 및 다양한 오브젝트 기능 활용으로 회의나 토론, 공연 등 모임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이러한 존재감을 더욱 극적으로 키우기 위한 기술적 인프라도 눈길을 끈다. 현존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중 최대 인원의 동시 접속이 가능하도록 구현해, 채널링을 통해 최대 60,000명까지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활용성이 뛰어나 작게는 사적 모임, 대학 강의나 기업 회의에서부터 크게는 전시회,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컨셉과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공간을 개설하고, 모객할 수 있다. 기업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미술, 영화, K-POP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언택트(Untact)에서 온택트(Ontact)로 이어지는 새로운 문화의 교각이자 일상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통 그 자체에 있어서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도 있다. 바로 화이트 보드 기능이다. 때로는 말보다, 아니 채팅보다 그림이 더 직관적인 소통 채널을 담당하는 법. 세컨블록은 이 대목에서 화이트 보드라는 상당히 영리한 기능을 고안해 냈다.

어떻게 커질까
세컨블록은 아직 정식 출시에 돌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오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두나무의 계획은 일부 엿볼 수 있다.
일단 세컨블록의 지속적인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더 정교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모바일 앱 출시는 물론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이를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해 세컨블록 내 콘텐츠 생산 및 거래, 가치 창출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다각도로 지원할 계획이다.
단순히 즐기는 메타버스가 아닌, 관심과 취향을 중심으로 아바타들을 묶어 메타버스 커뮤니티로 가는 것이 기본 줄기다. 아무런 맥락이 없는 이들의 군집체가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가진 이들의 아바타를 모아 진입장벽을 낮춘 플랫폼을 제공하고 오프라인에도 방점을 찍은 균형 전략이 큰 틀로 볼 수 있다.
추후에는 기업들과의 다양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두나무 관계자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세컨블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식 출시와 함께 NFT 전시회는 물론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 사례도 발굴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