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시유산> 시리즈를 통해 노량진 고시촌을 취재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코로나 및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노량진 고시촌의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달라지고, 또 새롭게 태어나는 고시촌의 흐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청년들 사이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진 점입니다.
실제로 총 5672명을 뽑는 2022년 9급 공채 필기시험에 16만5524명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물론 29.2대 1의 경쟁률은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2011년의 경우 경쟁률이 93대1이었어요.
이유가 뭘까요?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무원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청년층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세상은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데, 공무원 조직은 정해진 가이드 라인에서만 움직이는 폐쇄적이고 무거운 조직이라는 인식. 우리가 흔히 공무원들에게 가지는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토요일, 그들을 만나다
장마 후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토요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특별 ICT 세미나에 강사로 참석했습니다.
사실 강연장으로 가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먼저 늘 하는 걱정. 전문강사가 아닌 상황에서 과연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다음으로는 상황에 따른 특수한 고민을 했습니다. 서울의 낮 기온이 35도로 치닫는 폭염에 심지어 토요일. 그것도 유료 특별 세미나에 과연 사람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을까?
강연시간이 되자 지금까지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넓은 강연장은 아니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정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방에서 서울까지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울산청년창업사관학교,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의왕시 등 각지의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눈을 빛내며 ICT 트렌드를 듣고, 이해하고, 또 질문했습니다.
강연 전후로 그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김성천 울산청년창업사관학교 센터장은 "서울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청년 창업가들이 울산에도 많이 있다"면서 "틈이 나는 대로 새로운 트렌드를 배우고 익히는 것에 열중할 뿐"이라고 말했어요.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김정운 대리(ICT전략기획팀), 이육희 대리(문화콘텐츠팀)도 창작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입장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트렌드를 익히는 것에 몰입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송영일 의왕시청 1인창조기업지원센터 총괄 매니저도 기업의 발전을 위해 의미있는 지원과 접근을 하려면 담당자 스스로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업무 시간을 제외한 휴일에는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고 또 공부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어디선가는 달라진다"
1990년대 말 IMF 사태 직후, 당시 '국민의 정부'는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다만 세밀함에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공무원, 즉 관료조직은 미래의 가능성이 아닌 현재의 매출을 기준으로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섰습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이지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일이었기에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미래 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판단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인터넷 티켓예매 시장을 개척했던 초기 벤처기업의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당시 정부는 초기 벤처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과감한 배팅을 했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움직였고, 심지어 배팅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 매출 기준으로 선정된 기업들이 지원을 받았으나 그들은 대부분 무너졌다"고 회고했습니다.
지금도 전반적인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무원들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좋게 말하면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면서도 나쁘게 말하면 보신주의입니다. 여기에 미래 가능성 타진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직무유기에 가까워요. 지금도 쏘카 타다 사태 당시 민간기업과 택시단체의 감정이 골이 깊었을 때 보여준 정부의 무사안일함이 눈에 선합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는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또 안도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철밥통이라 불리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핀잔을 들어도 달라지는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잡아내어 더 좋은 '대국민 서비스'를 하려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는 "일반적으로 공무원이라고 하면 경직되어 있고, 정해진 가이드 라인에서만 움직인다는 인식이 강하다. 어느정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서울, 특히 지방에서 근무하는 많은 공무원들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대견함에도 집중하면서 이들을 더 육성할 수 있는 제도와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흐름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