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취약점인 인력 부족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며 조속한 해결책 마련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정부기관 및 정치권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들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7일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 업종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원인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 규제로 인해 첨단기술 학과 증설과 정원 확대가 어려운 점이 한 가지 원인”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첨단 산업의 인재 육성에 오래된 규제가 적용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면서 질책했고 현실에 맞는 규제 완화 방안 논의를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정부 기관과 정치권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관련 학과 입학정원을 예외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장 차관은 “수도권 지역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입학정원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방지하고자 하는 현행의 정원 규제가 우려하는 문제들과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 확대는 큰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지난 9일 국민의힘은 당내에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운영 목적에 대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반도체 등 4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들을 모색하고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인력, 향후 10년 3만명 부족”
국내 반도체 분야 인력 부족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을 통해 인력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 주요 대학들과 협업으로 ‘계약학과’를 설립하는 등 임시방편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계약학과란 교육기관(대학)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산업체 등과 계약해 설치·운영하는 맞춤식 직업교육 학부·학과를 의미한다.
이같은 극약처방으로는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들은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국내 반도체 업계에 필요한 추가 인력은 약 1만4600명이다. 2020년 기준 부족 인력은 162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향후 10년간 국내 반도체 분야 부족 인력은 약 3만명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하고 있는 다른 나라는 수년 전부터 인력 수급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대만은 지난 2019년 대만반도체연구센터(TSRI)를 설립하고 반도체 설계·제조와 관련된 교육과정 운영을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5월 대만 입법원은 ‘국가 중점 영역 산학 협력 및 인재 육성 혁신 조례’를 제정해 각 고등 교육기관들의 반도체 학과 교육과정을 대폭 확대했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수 년 동안 협의 끝에 올해 2월8일 ‘유럽 반도체법’을 제정했다. 반도체 연구, 첨단반도체 개발능력 확충,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EU 회원국들이 매년 60억 유로(약 8조929억원)를 투자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학계 “실질적 해결방안 조속히 마련되길”
국내 반도체 학계의 전문가들은 인력 충원과 관련된 정부 차원의 논의를 환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인 만큼 빠른 결단과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강성철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우수한 반도체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인력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면서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는 수없이 지적된 문제였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 최기창 교수는 “인력 부족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라면서 “정치적 목적의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질적 문제 해결 방안들이 빠르게 실행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