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이 추구하는 가치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ESG 경영 의지를 밝힌 올해 신년사 일성이다. ESG 경영이 금융권 화두에 오른 이후 신한금융의 수장 자리에 오른 첫 인물이지만, 조 회장에게 ESG 경영은 낯설지 않다. 신한금융의 창업정신인 ‘금융보국(金融報國)’을 시대적 흐름에 맞춰 재해석한 용어가 ESG 경영이어서다.
조 회장은 ESG 경영에도 신한의 색깔을 담고 있다. 정량화와 가치 공유가 그것이다. 신한금융은 ESG 성과나 평가를 수치화 하는 데 금융권 선두에 서있다. 이는 향후 신한금융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ESG 경영을 이끌어 나가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대내외에서 ESG 전략을 논의하고 신한의 가치를 공유하며 ‘따뜻한 금융’에 대한 공감대와 국제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조용병 회장, ‘ESG 아고라’ 만들기 솔선수범
금융권에 따르면 ESG 경영이 국내 금융권에 주요 아젠다로 다뤄진 건 2018년 전후다. 이를 감안하면 2017년 3월 취임한 조 회장은 신한금융의 ESG 경영 백년대계를 세우는 역할을 맡은 첫 수장인 것이다.
조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내부에선 ESG 체계를 구축하고 외부에선 국제 연합전선에 동참해 영향력을 넓히는 데 공을 들였다. 특히 조 회장은 지주 내 ESG 아이디어 공유와 자유로운 토론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ESG 아고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이어왔다.
신한금융은 여러 차례 실험적인 조직 운영을 거쳐 현재 지주 이사회에서 지주사 ESG 조직까지 이어지는 ESG 구동 체계를 갖췄다. 지주 이사회(ESG 전략위원회)에서 수립한 전략은 지주사 경영진(ESG 추진위원회), CSSO(전략 및 지속가능 최고 책임자, ESG CSSO협의회), 실무진(ESG 실무협의회)를 거쳐 각 지주사의 ESG 전담 조직으로 확산되며, 역으로 ESG 전담조직의 의견은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지주 이사회에서 논의된다.
조 회장은 솔선수범하며 ESG 담론과 실천을 이끌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ESG 학습조직을 직접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회에는 신한은행, 금융투자, 카드 계열사 등에서 실무자 10여명과 조 회장이 참여해 ESG 현황과 신규 아젠다 발굴을 논의하는 ‘ESG 씽크탱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지난해 론칭한 신한금융의 브랜드 채널 ‘기발한 프로덕션’도 기업들에 신한의 광고 지면을 빌려줘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을 돕자는 조 회장의 아이디어를 모티브로 기획된 브랜드다. ‘기발한 광고’ 캠페인으로 스타트업의 광고를 지원한 기발한 프로덕션은 두 번째 캠페인의 일환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ESG 콘텐츠 ‘지구력 키우기’ 시리즈를 방영했다. 해당 콘텐츠는 매회 최대 5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며, 기발한 프로덕션은 인스타그램 계정 수 11만명(6월 1일 기준)이 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신한금융은 조직 정비와 함께 중장기 ESG 경영이념을 세우고 로드맵을 구성해 이를 이행하는 작업에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으로 조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포부를 담은 신한의 설립이념인 금융보국은 ‘금융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미션과 ‘Do the right thing for a wonderful world(멋진 세상을 향한 올바른 실천)’이라는 ESG 슬로건으로 진화했다.
ESG 슬로건은 다시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 선언으로 이어졌다. 제로 카본 드라이브는 지난 2020년 11월 신한금융이 동아시아 금융사 최초로 선언한 탄소중립금융 전략이다. 2043년까지 탄소 순(Net)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넷 제로(Net-Zero)’ 전략과 2030년까지 30조원 규모의 친환경 금융 지원을 이행한다는 게 골자다.
신한금융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넷 제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투자하거나 대출을 내준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고객사의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선한 영향력’ 확산을 강조하는 신한금융의 이념을 담긴 전략인 셈이다.
특히 신한금융은 ESG 전략과 이행을 정량화하는 데 금융권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정량화는 신한금융의 전통적인 강점이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전환 등 타 분야에서도 평가를 정량화 해 객관적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디테일한 전략을 세우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신한금융의 선제적인 ESG 정량화는 시대적 요구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서 ESG로 옮겨간 배경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전략적 행보로도 풀이된다. 기업의 사회공헌 효과와 이에 따른 기업 가치 제고를 수치적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투자자의 수요가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ESG는 전 산업의 화두가 됐다. 2020년 1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기업의 ESG 성과를 투자에 반영하겠다”고 선언한 데도 이 같은 배경이 자리한다.
‘따뜻한 금융’ 국제 사회 알리는 ‘ESG 경영 전도사’ 역할도
조 회장과 신한금융은 빠르게 ESG 관련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를 늘리고 ESG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국제적인 입지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공식 행사인 ‘마라케시 파트너십’에 참여해 제로 카본 드라이브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알렸다. 마라케시 파트너십은 정부, 기업 및 민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후 행동 확산 및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열리는 COP26의 주요 행사 중 하나다.
아시아 금융사 대표로는 유일하게 이 자리에 참석한 조 회장은 동아시아 금융 최초로 선언한 제로 카본 드라이브를 소개했다. 이어 COP26 기간 한국의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알리기 위해 운영된 ‘한국 홍보관’에서 조 회장이 직접 참여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금융을 홍보했다.
COP26 직후 유엔환경계획 금융부문(UNFP FI)에 가입한 글로벌 금융사들은 리더십위원회를 신설했다. 환경 이슈에 대한 책임과 역할 수행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UNEP의 사무총장인 잉거 안데르센이 의장을 맡았으며, 조 회장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UNEP FI 리더십위원회 멤버로 선출됐다.

본지가 신한금융이 올해 3월 발간한 ‘2021 ESG 하이라이트’를 토대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과거 CSR 경영을 포함한 ESG 경영 행보 가운데 금융권 최초로 달성한 성과는 12개다. 지주사들의 기록은 제외한 수치다.
이 가운데 조 회장 취임 기간인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성과는 8개(66.7%)다. 여기에는 2019년 UN책임은행원칙 제정기관 참여 및 가입을 비롯해 △PCAF(탄소회계금융연합) 국내 최초 가입(2020) △GFANZ(글래스고 탄소중립금융연합) 산하 이니셔티브 가입(2021) △UNEP FI 리더십위원회 멤버로 아시아 유일 선출(2021)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 사례 등이 포함돼 있다. ESG 경영으로 국제적 입지를 넓혀가는 조 회장과 신한금융의 행보가 담긴 대표적인 성과다.
조 회장은 2021 ESG 하이라이트 서문에서 “신한에게 있어 ESG는 하면 좋은 것(Good)이나, 꼭 해야만 해서 하는 것(Must)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기업이라면 당연히 ‘하는 것(Mission)’이라면서 “ESG로 향하는 길이 기업과 개인에게 있어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경쟁 우위를 만들어내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금융 지원과 투자뿐 아니라 컨설팅, 교육 등 많은 부분에 있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