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업계에 '탈통신'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각 기업별 온도차이가 극명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구현모 대표가 이끄는 KT는 공격적인 로드맵으로 탈통신 바람의 선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 대표의 KT는 이미 탈통신, 그리고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회사) 전환을 넘어 그 이상의 '클래스'에 주목하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완전한 체질개선"
구현모 KT 대표는 외부인사가 아닌 사상 첫 내부승진을 통해 발탁된 인사다. 연구원으로 입사해 대표 취임전까지 34년간 KT에만 몸담은 ‘정통 KT맨’이다. 

구 대표는 취임사에서 “AI·빅데이터·클라우드·5G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하기 위해 바꿀 것은 바꾸자”고 강조하며 달라질 KT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구 대표가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취임한 후, 그의 말대로 KT는 근본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B2B는 물론 B2C 전반의 큰 흐름을 잡아가며 탈통신 흐름을 극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했다.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Digital-X Summit 2022’에서 KT의 디지털 전환 전반의 전략이 새롭게 공개되기도 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디지털 기술을 더하다’라는 주제로 인공지능컨택센터(AICC), 로봇, 통신DX, 안전DX 등 KT의 핵심 사업이 소개된 가운데 KT가 꿈꾸는 통신사 너머의 비전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KT의 지주형 전환 작업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그는 "지주회사 전환은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은 분명 관심 있다"며 "지난해 콘텐츠는 스튜디오지니, 금융은 BC카드 중심으로 구조를 갖추는 등 사업구조 조정을 진지하게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신규 사업인 미디어콘텐츠·클라우드·디지털전환(DX)·금융 등 핵심사업 위주로 여러 사업부문으로 나뉜 뒤 본사 사업과 계열사들을 통폐합 하는 형태로 재편하는 그림이 유력하다. 

자회사 IPO 로드맵도 빨라지고 있다. 첫 타자는 밀리의 서재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에 이익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를 통한 코스닥 상장을 위해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2017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월 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밀리의 서재는 2022년 5월 기준 콘텐츠 11만권, 파트너 출판사 1400개와 공급 계약을 맺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독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9월 KT 그룹 산하 지니뮤직에 인수된 바 있다. KT 디지코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평가다.

콘텐츠 전략은 KT스튜디오지니의 힘있는 전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점보필름의 지분 30%를 확보하며 선명한 전략을 보여주는 중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제작사와 상생하는 ‘with KT’ 생태계 확대에 나선다. 양사가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합쳐 다수의 작품을 공동 제작하는 한편 KT그룹이 보유한 미디어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통해 콘텐츠 제작 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탈통신, 디지코 전략의 큰 그림 아래에서 콘텐츠와 로봇, KT클라우드로 대표되는 핵심 B2B 전략도 순항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구 대표는 5월 말 해외출장을 통해 디지코 전략의 큰 흐름을 외부에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매진하고 있다. 

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KT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6조277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1% 증가한 62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전망치인 4977억원을 크게 상회했다. KT의 기업가치가 치솟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주도하는 KT의 탈통신, 디지코 전략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낸다. 특히 본업인 통신사업에 있어 구 대표의 KT가 다소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2년 3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LTE 가입자 기준, KT는 1048만4279명을을 기록해 1065만5363명의 LG유플러스에게 덜미를 잡혀 3위로 미끌어 지기도 했다.

다만 KT가 흔들림 없는 디지코 전략을 추구하면서도 5G 고도화 전략 등 네트워크 전략에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의 행보가 지나친 리스크가 아니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이동통신 3사의 5G 가입자 수는 올해 3월 기준 SK텔레콤이 1087만8688명으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KT는 694만996명으로 2위를 지켰다. 전체 데이터로 봐도 KT가 2위 수성에 성공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VR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VR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새로운 클래스로"
글로벌 통신업계에서도 이미 탈통신 전략은 대세가 됐다. 다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 속도가 지지부진하거나 그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평가도 만만치않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하는 통신사의 기본 전략이 탈통신으로 대표되는 ICT 로드맵과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 대표가 이끄는 KT의 탈통신, 디지코 전략이 더 각광받는 이유다. 구 대표의 KT는 기존 네트워크 강점을 살리면서도 이에 착안한 다양한 파생 라인업을 영리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많은 글로벌 ICT 기업들의 사업에 손을 뻗치면서도 '통신사인 KT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여세를 몰아 더 다양한 실험에 나설 전망이다. B2B와 B2C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힘있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팀의 가치에 대해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대표 산∙학∙연 협의체 ‘AI 원팀(AI One Team)’에 GC(녹십자홀딩스)와 성균관대학교가 합류하는 등 KT 중심의 ICT 생태계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T의 탈통신, 디지코 전략은 탈통신을 구호처럼 외치면서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많은 경쟁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회장직을 내려놓고 아래에서 위로의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탈통신 이상의 '클래스'를 추구하는 구 대표의 KT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