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정상회담을 위한 방한 첫 일정으로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공장 투어 일정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의 반도체 인프라에 대한 놀라움을 표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Thank you, Samsung”과 ‘엄지척’을 선사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에서 삼성전자의 위치를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반도체 공장 공식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까지 한미관계가 군사·안보 동맹에 중점이 맞춰졌다면, 이 시간 이후부터 한미관계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 동맹 그리고 공급망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한국 그리고 삼성전자와 함께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에게 생산적인 파트너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정상 이전부터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백악관은 전 세계의 고민거리로 떠오른 반도체 공급망 악순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비정기 긴급 반도체 공급망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번 회의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의 주요 경영진들을 참석시켜 의견을 공유했다.
美 테일러 시,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진기지로
미국의 기대에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지난해 11월23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 주(州) 테일러 시(市)를 최종 선정했다. 텍사스 주는 1996년 설립된 삼성전자의 오스틴 파운드리가 가동되고 있는 지역이다.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신규 파운드리 라인은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건설·설비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1조4880억원)에 이른다. 1996년 텍사스 오스틴 사업장 건립 이후 26년 동안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 투자한 자본이 약 170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공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동시에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2024년부터 가동될 삼성전자의 테일러 신규 공장에서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통한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이번 한미정상 회담을 통해 얻을 게 많다. 한미간 공고한 기술적 협력관계는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우선 기술 수준의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은 향후 글로벌 반도체 산업 주도권이 달려 있는 초미세공정·EUV 등 첨단기술 인프라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의 적극적 기술교류가 있다면, 엔비디아·AMD·구글·애플 등 전 세계 반도체 큰 손들과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반도체 판매 시장 확대 측면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경쟁 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된다”라는 목표 세웠다. 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한 기술역량 강화와 생산 인프라 확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미국-일본에 이어 유럽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생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의 입지를 독점하기 위한 행보다.
테일러 시 신규 라인의 조성을 통해 삼성전자는 국내와 글로벌을 아우르는 광범위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함으로 TSMC의 인프라 확장을 견제함과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도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삼성전자 측은 “테일러 시 파운드리 라인의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우리는 고객사 수요에 대한 보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 신규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면서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첨단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 능력을 확대해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차세대 IT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360조원’ 국내 투자 통 큰 결단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와 함께 국내 산업 생태계 발전에도 ‘돈 보따리’를 풀었다. 삼성은 지난 5월 24일 향후 5년간 36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이 밝힌 총 투자액 450억원 가운데 80%를 국내에 투입하는 것이다.
삼성은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투자를 확대한다. 이를 통해 국민소득 증대와 경제 발전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삼성의 투자 목표다.
삼성 측은 이번 투자를 통해 향후 5년간 8만명의 신규채용, 107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IT 등 핵심사업 중심으로 채용을 확대하고 드림클래스(중학생 대상 학습지원 등)를 통해 미래인재 육성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성장 가능성이 큰 핵심 전략 사업을 선택해 그 역량의 강화에 집중함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미래의 청사진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마주한 한국 경제의 재도약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삼성 경영진들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