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포스코 역사에서 제 2의 창업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포스코홀딩스 출범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이뤄낸 성공 신화를 넘어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포스코그룹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 출발이 될 것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달 2일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밝힌 포부다. 포스코가 설립된 1969년 이후 50년간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철강업계를 이끌어 왔지만 탄소중립, 국내 철강 공급 포화 등 사업 환경이 변한 만큼 신사업으로 발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추진력을 얻기 위한 3년
첫 임기 3년은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최 회장은 포스코 재무실장과 포스코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 포스코 CFO 등 재무부문 등을 거친 ‘재무통’으로 2018년 7월 회장직에 올랐다. 최초의 비(非)엔지니어이자 비제철소장 출신 회장이다.
그는 특기를 살려 저수익·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등 그룹사업 재편을 통해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다.
빠르고 슬림한 행보를 위해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 실적이 부진한 해외법인을 정리하고 국내 고순도 페로실리콘 생산공장도 정리했다. 덕분에 2019년 말 기준 포스코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65.4%로 2018년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순차입금은 7조9,782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5,534억원 감소했다.
파격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신성장부문장에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 선임신성장 부문 산하 산학연협력실장에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원장에 산업연구원 출신의 장윤종 박사를 선임하는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순혈주의를 깼다. 또한 철강 부문을 철강·비철·신성장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최고경영자(CEO) 직속 산업가스·수소사업부, 물류사업부 등을 신설했다.
신사업 추진의 기틀을 마련한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후 친환경·신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철강 부문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등 신규 먹거리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지주사 설립 정면돌파...주주·지역사회와 동행
최 회장은 지주사 설립의 동기로 긴 호흡의 큰 그림을 내세웠다. 누구나 동의하는 전략이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기업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주주들이 반기를 들었다. 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면 지주사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지주사 설립은 신사업 확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끊임없이 내부 임직원과 주주, 그리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했다.
잡음은 컸으나 풍운의 일보는 내딛을 수 있었다. 올해 1월 임시 주총을 통해 회사 분할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주주 가치 훼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를 포함 모든 자회사를 비상장 상태로 유지하고 상장 추진 시 지주사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명시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도 발표했다. 올해까지 연결 배당성향 기준 30%를 약속했고 지난해 이에 미치지는 못했으나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 배당(주당 1만7,000원)을 시행했다. 올해 안으로 자사주 소각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포항 지역민과 지자체의 반발이다.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체계적인 계열사 관리와 원활한 연구인력 수급을 위한 조치였지만 지역사회는 포스코와의 ‘운명공동체’를 자처하며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최 회장은 지주사와 연구원을 포항에 유치하기로 합의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택했다.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지주사 설립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최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는 올해부터 ‘신사업 키우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철강,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그룹 7대 핵심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기업가치를 현재(시가총액 27조원 내외)의 3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신사업 중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이차전지소재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리튬 22만톤 생산체제, 양극재 40만톤, 음극재 26만톤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부터 확보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23일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 상용화 공장을 착공했다. 이날 착공한 염수 리튬 공장은 수산화리튬 연산 2만5,000톤 규모로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2단계 연산 2만5,000톤 추가 투자를 통해 2024년말부터 양산 규모를 5만톤까지 증산, 2028년까지 최대 10만톤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차전지소재인 양극재 생산도 속도를 낸다. 포스코케미칼(003670)은 약 3,000억원을 투자해 포항시에 연산 3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 우선 공급처가 확보된 3만톤에 대한 공장을 지은 후 추가 규모 양극재 생산을 위한 공장을 착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포스코케미칼은 총 6,000억원을 투입해 포항시 영일만4일반산업단지 내 12만㎡ 부지에 연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확대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31일 세넥스 에너지를 인수했다. 세넥스에너지는 가스·석유 탐사, 원유 생산·처리·판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2019년 기준 대한민국 한 해 천연가스 소비량(1조9,000억 입방피트)의 44%에 해당하는 8,020억 입방피트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가스전을 활용한 이산화탄소포집 및 저장(CCS) 사업을 통해 블루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블루수소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압축·수송해 지하에 저장하는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적용해 생산하는 수소를 말한다.
최 회장은 지난달 정기 주총에서 “주회사 전환을 발판으로 삼아 7대 사업분야간 균형성장을 가속화하고 사업정체성 또한 철강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거듭나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