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이 1분기 하락장 속에서 주가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에 적극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는 총 20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93건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전년의 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자사주 취득 공시 중 46건(22.1%)은 기업이 자사주를 직접 취득한다는 내용이었고, 나머지 162건(77.9%)은 신탁계약 방식이었다.

올해 1분기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결정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시기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주식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바 있다. 

펀더멘털과 무관한 주가 하락장세가 지속되자 기업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설명이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주주친화 목적의 환원정책을 적극 펼친 영향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익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강한 실적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자사주 매입과 같이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요소들의 영향력은 큰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자사주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선택한 곳은  셀트리온(068270)과 HDC랩스(039570), 미래에셋증권(006800), 키움증권(039490), 한샘(009240), 미래에셋생명(085620), 한화솔루션(009830), 이마트(139480), 대신증권(003540), 한화(000880), 두산퓨얼셀(336260), DB금융투자(016610), 한올바이오파마(009420), 두산밥캣(241560), 다올투자증권(옛 KTB투자증권)(030210), 신한지주(055550),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등이며, 이들 기업이 총 46건의 자사주 취득 결정 공시를 1분기 중 발표했다.

이외 자사주 취득 공시의 3분의 2 이상이 신탁계약 방식을 선택했다.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은 금융기관 등에 일정 금액을 위탁하고 해당 금액의 범위에서 자기주식을 대신 취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사주를 직접 취득하는 방식은 3개월 내 예정수량을 취득해야 하며, 취득 후 6개월 내 처분금지, 처분 후 3개월간 취득 금지 등의 조항이 있다, 반면 신탁계약 방식은 계약 금액만큼 반드시 매수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한에서 자유롭다. 예정 물량을 충분히 취득하지 못할 경우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은 자기주식취득결정 공시와 다르게 기업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기업들이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아홀딩스(058650)는 올해 3월 30일까지였던 신탁계약을 1년 더 연장한다는 공시를 낸 바 있다. 이 계약의 경우 최초 신탁계약은 2020년 3월 31일부터 2021년 3월 30일까지 1년간이었지만, 이번까지 총 두 차례 계약연장한 사례다. 

이외 1분기 중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체결을 결정한 주요 기업으로는 OCI(010060)와 SK케미칼(285130), SK디스커버리(006120), 메리츠증권(008560), F&F(383220)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