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경기 분당을 중심으로 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기대감이 하향 안정화된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용적률 500% 상향을 포함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공약한 데 따른 것이다.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드문드문 신고가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시장은 다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술렁'

2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3월4주 기준으로 분당 아파트값은 보합(0.00%)을 나타냈다. 지난 1월 하락 전환 후 8주 만이다. 일산신도시가 위치한 고양 일산서구(0.03%)는 3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민간 통계인 부동산R114 기준으로는 상승폭이 더 가파르다. 1기 신도시는 같은 기간 0.05%를 기록하며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신축이 많은 2기 신도시(-0.04%)가 지난 2월부터 하락세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

시장에서는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1기 신도시 내 대다수 아파트는 건축연한 30년을 넘겼거나 바라보고 있다. 노후도가 높아 주거 환경이 불편한 데다, 최근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정비사업에 나서는 단지들이 늘기 시작했다. 일대 "다른 곳이 다 오르는 것을 보니, 이곳이 저평가받고 있다"라는 심리가 확대되면서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정비사업 활성화를 약속하면서 일대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안정성 항목 완화 ▲ 30년 이상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 절차 폐지 ▲ 1기 신도시 용적률  500% 상향 ▲ 분양가 상한제 완화 ▲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정 등을 공약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1기 신도시에 10만호 공급을 이끌어나겠다는 게 당선인의 복안이다. 

정비사업을 시작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업성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는 만큼, 시장에 긍정적인 반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용적률 부분이 대표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태우 때 용적률 300%를 적용해 지은 아파트인데, 지금 규제로 다시 지으면 이 중 50%는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었다"라면서 "이번 규제 완화는 공급을 끌어내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정비사업에 가장 먼저 나섰던 분당부터 시장이 움직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실거래 시스템을 살펴보면, 분당구 정자동의 '상록우성' 전용 162㎡ 아파트, 지난달 25일 22억9,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6월 19억3,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3억원 상당 오른 가격이다. 인근의 '느티마을4단지' 또한 전용 58㎡ 주택형이 지난 1일 1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VS리모델링'

한편, 이처럼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고심하는 단지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보통 높은 용적률과 분담금 문제로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가 많았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사업성 개선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수익성 면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주목되지만, '정비사업은 곧 속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간에도 영향을 받는다. 

최근 신고가를 쓴 상록우성과 느티마을4단지 또한 리모델링 쪽이 속도가 빠른 상황이다. 두 단지는 모두 1994년 건설된 단지인데,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느티마을4단지는 벌써 시공사 선정을 마친 상태다. 또 지난해 설계를 수직증축에서 수평별동증축으로 바꾼 뒤 건축통합심의를 통과하는 등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반면 상록우성은 2020년부터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주민들의 활동이 시작된 곳으로, 이를 위한 준비위원회 등이 설립된 연혁이 상대적으로 짧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리모델링은 불편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도 물론 있지만, 사업을 함으로써 집값이 오른다는 심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일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모두 고려하는 단지가 있다면, 가능하면 두 가지를 모두 노려보자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재건축은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리모델링을 밀고 나가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이란 개념은 상가를 오피스로 바꾸거나 공장의 용도를 바꾸는 등 일반 건축물 부문이 주된 관심사였다"라며 "전체 시장이 100이라면 그 중에서 90은 비주택이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관심이 높고 (공약 관련해서도) 상당 부분 활성화될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라며 "노후 아파트 비중이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인데,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 오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