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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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NCC(나프타분해설비) 업체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에틸렌 스프레드(원료가격과 제품가격 차이)가 손익분기점을 오랜만에 회복했다. 유가 하락에 따라 NCC의 원료인 납사(나프타) 가격이 한풀 꺾였는데, 제품가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며 마진이 확대됐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납사 가격은 4월 첫째 주 기준 톤당 888.5달러로 전주 대비 8%(77.5달러) 급감했다. 1년 전 톤당 500달러 수준이던 납사 가격은 올 1월 평균 775.4달러, 2월 853.1달러, 3월 989.4달러 등으로 고공행진 하다가 최근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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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사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므로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가격이 좌우된다. 국제유가는 연초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2월 90달러, 3월 100달러 돌파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급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3월 한때는 13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이 대규모 비축유 방출을 결정함에 따라 10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 총 1억8,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5,000만 배럴, 올 초 3,000만 배럴 방출에 이은 조치로,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납사 가격이 다소 진정된 반면 에틸렌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에틸렌 가격은 1월 평균 톤당 937.5달러에서 2월 1,131.3달러, 3월 1,292.5달러로 납사 가격과 함께 상승세를 이어왔다. 4월 첫째 주에도 1,360달러로 전주보다 2.3%(30달러) 더 올라 연초 대비 43.2%(410달러) 급증했다.

납사를 열분해해 만드는 에틸렌은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각종 석유화학제품에 사용돼 ‘산업의 쌀’로 불린다. LG화학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여천NCC, 한화토탈, 대한유화가 국내 NCC 생산능력 기준 ‘톱5’를 형성하고 있다.

원재료가 하락 속 제품가는 여전히 강세를 나타내며 스프레드도 개선됐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1월 평균 162.1달러, 2월 278.1달러 수준에 그쳤었는데 3월 첫째 주 196.9달러, 둘째 주 290.4달러, 셋째 주 361달러, 넷째 주 364달러 등으로 올라 4월 첫째 주에는 471.5달러까지 회복됐다.

납사-에틸렌 가격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톤당 300달러 수준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에틸렌 스프레드는 399달러로, NCC 업체 수익성을 받쳐 왔다. 그러나 올 1분기 부진을 이어간 탓에 NCC 업체 수익성도 크게 둔화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올 1분기 매출은 11조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 반면 영업이익은 8,347억원으로 40.7% 감소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매출도 전년보다 16.1% 확대한 4조8,398억원을 기록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1,445억원으로 76.9% 급감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NCC 업체들은 에틸렌 스프레드 회복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서며 하락세가 주춤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비축유 방출로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하며 납사 가격도 내려갔다”며 “그러나 비축유 방출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중국의 봉쇄조치에 따른 물동량 둔화 등 납사 가격 상승 요인은 여전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