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압구정동의 신현대 전용 183㎡ 아파트는 이달 17일 59억5,000만원에 팔렸다. 2020년 말 52억원에 거래된 이후 1년여 만에 7억원 상당 오른 가격에 매매된 것. 압구정의 재건축 단지에서는 올해 초부터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중이다. 일대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면서 거래가 멈춰 섰던 지난해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정책의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공약하며, 강남권 주택 시장이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다.
29일 강남 재건축 단지와 신축 대형 주택형을 포함한 '똘똘한 한 채'부터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쌓이던 저가 매물이 거래되고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오는 등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매수 의사를 보여도 계약금 보낼 계좌를 선뜻 내놓지는 않는 추세"라면서 "6월 지방선거가 지나면 집값이 한 번은 오르지 않겠나 하는 심리가 있다"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서울 전용 139㎡ 주택형은 이달 21일 4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인 40억5,000만원 거래와 비교해 2억원 상당 오른 가격이다. 1976년 건축된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매매가 끊겼던 곳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개포우성1차' 전용 158㎡ 아파트는 이달 19일 51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이 주택형의 마지막 거래는 2019년 7월 36억원으로, 2년 9개월 만에 15억원 상당 오르며 그간 집값 상승분을 한 번에 반영했다. 1983년 건축된 단지는 올해로 입주 40년차로 재건축 연한을 채운 지 오래된 단지로, 이곳 또한 올해 들어서는 거래 신고가 없었다.
여의도동과 대치동을 포함한 강남권 핵심 지역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실거주하지 않으면 매매가 불가능하다.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많아 대출이 한 푼도 나오지 않는데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조건도 까다로워 구역 지정 이후 거래가 급감했다.
하지만 대선 직후부터 신고가 거래가 신고되기 시작하며 반전된 분위기를 전하는 중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자는 "매수 문의가 지난주부터 오면서 이번주부터 집 보러 오겠다는 이들이 한두 팀 오고 있다"라면서 "작년 말에는 거래가 한 건도 없었는데 조금씩 움직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재건축 아파트와 더불어 대형 면적의 신축 아파트들도 집값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 주택형이 이달 24일 63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직전 최고가였던 올해 1월 61억원 거래와 비교하면 두달 사이 2억원 상당 오른 가격이다. 강동구에서는 고덕자이 전용 101㎡ 아파트가 이달 12일 17억5,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 2019년 1월 10억4,000만원 상당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2개월 만에 7억원 상당 오른 것이다.
통계상으로도 강남 아파트값은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강남(0.01%)ㆍ서초구(0.01%)는 전주 보합에서 상승 전환했고, 송파구(0.00%) 또한 하락폭을 줄이며 보합을 나타냈다. 강북권에서 하락세가 지속되는 반면, 강남3구에서 매수세가 늘어나며 서울(-0.02%→-0.01%) 전체의 하락폭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측은 "강남권 중대형이나 일부 재건축은 신고가 거래되고 호가가 상승했다"라면서 "그 외 지역은 관망세 보이며 대체로 약보합세가 유지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양도세 완화, '똘똘한 한 채' 심화 전망
강남 재건축과 대형 주택형이 신고가 경신을 이어가는 이유로는 '똘똘한 한 채'가 꼽히고 있다. 부동산 고점 인식이 이어지면서, 올해 주택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세금 면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는 시행령으로 개편 가능해, 보유세 등보다 신속한 개정이 예상된다.
수년간 양도세 부담으로 다주택자들이 버티기를 이어온 만큼, 새 정부에서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면 차익을 회수하고 세 부담을 줄이고자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주택을 여럿 보유하는 것보다 몸집을 줄이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은 매도자와 매수자들 모두 당장 거래에 나서기보다 '눈치 보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5월 새 정부 취임 이후 정책 밑그림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당장은 다주택자들은 섣불리 매도하기 어려워졌다"라며 "앞으로 세금 측면에서 변경될 부분들이 보이는데, 당장은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차기 정부에서 규제 완화 기조로 돌아서고 양도세 중과 부분을 완화해주면 과세 기준일 전에 매물화화려는 경향들이 보이기는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