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사료·비료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판매가 상승으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료·사료의 경우 물가와 밀접한 제품으로 원가의 가격전가가 힘들다. 이에 전문가들은 곡물가 상승이 단기간에 해당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사료는 전 거래일 대비 9,450원(29.95%) 상승한 4만1,000원을 기록하면서 상한가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까지 현대사료는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일사료(005860)(85.81%), 미래생명자원(218150)(43.84%), 팜스토리(027710)(18.82%), 이지바이오(353810)(15.44%) 등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최근 곡물 주요 생산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지속에 국제 곡물가가 인상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수입 농산물 대부분은 사료용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 사료 및 비료주 주가 급등의 배경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소맥과 옥수수의 생산 비중은 러시아가 14%, 우크라이나가 5% 수준이지만, 수출 비중은 각각 26%, 16%이다. 아울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 세계 곡물 시장 점유율은 밀이 27%, 보리가 23% 수준이다.
지난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FFPI)가 140.7(2014년~2016년 평균=100)을 기록하고 곡물가격지수도 144.8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20.66%, 14.82% 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곡물수입량은 196만4,000톤(t), 수입금액은 7억5,831만달러로 집계됐다. 톤당 가격은 386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6%나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3년 5월 388달러 이후 9여 년 만에 최고치다.
다만 곡물가격에 따른 실적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작년 내내 곡물가격은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이에 반해 기업들의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연결기준 현대사료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 상승한 1,103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1억2,496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익은 -7억2,529만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B2B 사업을 하는 사료 업체의 경우 곡물 가격이 올랐을 때 실질적으로 판가를 정하는 시간이 일반 식품 가공 업체보다는 상대적으로 짧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판가 상승이 농·축산업 비용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가격 저항 또한 큰 편에 속함에 따라 원가 상승 대비 판가 상승률이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료용 소맥의 경우 7월 말, 사료용 옥수수의 경우 6월 중순까지 소요되는 물량을 확보해놓은 상태이고 수입선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며 “곡물의 투입 시기는 매입 시기 대비 약 3~6개월 정도 래깅(lagging) 효과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현재 사태가 장기화되어 하반기 이후에도 곡물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원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라며 “음식료 기업들의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가격 전가력이 뛰어나거나 곡물 가격 변동성에서 자유로운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