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14일 최수연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물러나고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ICT 양대산맥의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그 끝에는 글로벌 시장이 있다.

최수연의 시대가 온다
네이버는 한성숙 시대를 맞아 새로운 퀀텀점프를 시도한 바 있다. 스몰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기술기반 플랫폼 전략을 창출하는 한편 SME로 이어지는 파격적인 생태계 전략을 추구했다. 이해진 창업주가 글로벌 시장 개척을 총괄한 가운데 한 대표는 변대규 의장과 힘을 합쳐 콘텐츠, 이커머스를 비롯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해 큰 성과를 냈다.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플랫폼 시장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며 정치권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으며 직장내 괴롭힘으로 커다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대부분 지난해 집중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 끝에서 네이버는 새로운 리더십을 택했다. 81년생 최수연 대표. 네이버에 입사한지 2년이 된 인사를 기용하는 파격적인 리더십 카드다. 그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했으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다음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했다. 이후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법조계 인사다.
법조계 인사로 분류되는 최 대표의 발탁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모종의 액션플랜을 가동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네이버를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이끌었던 김상헌 대표도 법조계 인사였다는 점을 고려해 '네이버가 움츠려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 대표의 시대가 만만치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무너진 기업 문화에 대한 실망과 갈수록 심해지는 플랫폼 독점 논란, 여기에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부담이 최 대표의 앞길을 막아설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최수연 대표로 대표되는 네이버의 새로운 리더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네이버를 지켜온 CXO 리더십이 올해를 기점으로 막을 내리지만 네이버 트랜지션 태스크포스(NAVER Transition TF)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상태에서 젊은 리더의 기민한 후각에 특히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 대표도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그는 주주들에게 “지난 20년간 주주들의 아낌없는 지지로, 네이버는 검색, 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클라우드, AI, 로봇 등 첨단 기술 리더십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인터넷 역사에서도 매우 드문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다양한 사업 영역들의 글로벌 비즈니스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사업 간 융합을 실험하며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만들어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가치로 보답하겠다”는 인사로 각오를 다졌다.
그는 “CEO로 선임된 것은 네이버의 사업과 구성원들에 대한 주주들의 엄청난 신뢰이자 훨씬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네이버는 검색 외에도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 인터넷 시장의 메인 비즈니스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매우 드문 기업"이라며 "네이버가 갖고 있는 모든 비즈니스는 시작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시작됐을 뿐 아니라, 모든 목표점이 글로벌을 향해 있다. 2년 전 네이버에 합류하고, 사업들의 글로벌 확대를 지원하는 과정 속에서, 글로벌 업계나 파트너사들의 높은 관심과 평가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모험
네이버가 최수연 시대로 대표되는 새로운 리더십을 선언한 14일, 카카오도 위대한 행보를 시작했다.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인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에 집중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는 경영진의 주식 처분 논란 및 플랫폼 독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기에 내부 크루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과 자회사 상장을 두고 연일 잡음이 불거진 바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카카오는 새로운 리더십 카드를 빼들었다.
일단 픽코마가 활동하고 있는 일본을 거점으로 카카오의 영토를 세계로 확대하는데 집중한다. 그간 개별 전략 아래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던 카카오 공동체는 일본 카카오픽코마를 필두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전개한다.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도 ‘비욘드 코리아’의 방향성에 맞춰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
현재 카카오웹툰과 타파스, 래디쉬, 우시아월드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북미, 아세안, 중화권, 인도,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3배까지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OTT부터 TV, 스크린 등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제작 경쟁력을 확보, 글로벌을 겨냥한 슈퍼IP 기획 제작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모바일 게임 오딘의 대만 시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다양한 신작 게임들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는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은택 카카오 얼라인먼트 센터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내정했다. 이에 따라 김성수, 홍은택 센터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카카오 공동체의 사회적 책임과 전략방향을 조율하고,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 행보를 돕는다는 설명이다.
김범수 의장은 물러난다. 이사회에서 사임하며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역할만 유지한다. 그는 "앞으로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카카오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면서 "여러분들이 카카오에서 시도한 실험과 성공의 결과가 곧 글로벌 서비스로 이식되고 글로벌에서 거둔 성공의 결과도 카카오에 연결되는 그런 날을 상상해봅니다. 저 또한 우리의 성공경험이 글로벌에 확장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글로벌로
새로운 리더십의 시대에서 네이버 최수연 대표, 그리고 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최일선에 걸었다. 콘텐츠 및 다양한 ICT 기술 기반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글로벌로 배팅했다는 뜻이다.
2022년 3월 14일이 한국 ICT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된 이유다. 네이버는 81년생 젊은 여성 CEO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길을 걷기 시작했고, 갖은 논란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던 카카오도 남궁훈 대표 시대를 맞아 거인 김범수 의장이 한 발 물러나며 역시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게됐다. 그 끝은, 글로벌 시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