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희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가 반등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곳간이 든든해지면서 배당에 적극 나설 수 있었던 점이 주효했다. 올해 증권주에 대한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주주환원 움직임이 주가 하방을 받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증권사 중 현재까지 배당계획을 발표한 곳은 총 9곳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확대했다. 삼성증권(016360)의 경우 주당 배당금(보통주 기준)이 3,800원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2,200원)와 비교해도 1,600원(72.7%) 늘어났으며, 배당총액도 1,965억원에서 3,39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외 KTB투자증권(030210)(66.7%)과 미래에셋증권(006800)‧NH투자증권(005940)(각 50.0%), 대신증권(003540)(16.7%), 교보증권(030610)(11.1%) 등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6년 만에 배당을 재개해 업계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 최초로 영업이익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큰 폭 실적개선을 이루면서 현금배당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 *4일 현재 배당 계획 발표 증권사 대상
출처=전자공시시스템 / *4일 현재 배당 계획 발표 증권사 대상

순이익 대비 배당총액 비중을 나타내는 배당성향도 최대 35%에 달해 증권주의 배당 매력을 입증했다. 시가배당률 역시 NH투자증권(7.8%), 삼성증권(7.7%), 이베스트투자증권(6.8%), 대신증권(6.7%), 교보증권(5.71%) 등 9곳 중 5곳이 5%를 넘었다.

증권사의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뿐만이 아니다. 자사주 매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KTB증권, SK증권, 신영증권 등이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분기와 3분기 각각 1,000만주, 1,050만주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1,000만주를 소각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 역시 지난해 배당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주주환원 하겠다고 밝힌 뒤, 세 차례에 걸쳐 총 3,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올 들어서는 키움증권이 5월까지 자사주 50만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 차원에서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증권사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실적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권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RX 증권지수는 새해 첫 거래를 776.93으로 마감한 뒤 1월 한달간 8.4% 하락했는데, 2월 배당정책이 발표되면서 상승, 4일 종가 기준 1월말 대비 6.2%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주에 대해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서 업황지표가 부진했음에도 충격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시장 지표의 둔화나 이에 따른 감익 전망은 주가에 이미 상당 수준 반영돼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확인될 경우 주가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증권업종은 펀더멘털과 투자 심리 모두 증시에 대한 베타가 다소 높아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단기적으로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그럼에도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는 이유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 매력이 높고 감익 전망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가는 하방 경직적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