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남영 기자] 건설사업의 ‘A’부터 ‘Z’까지 책임지는 엔지니어링은 지식기반산업이자 고부가가치산업이다. 때문에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위상에 걸맞는 대우는커녕 낮은 사업대가와 고령화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더 힘들 것 같다”는 엔지니어링사들의 토로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건설엔지니어링사 CEO(최고경영자)들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산업이 한 발 더 성장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민하고 있을까? <이코노믹리뷰>가 주요 건설엔지니어링사 CEO들을 만나봤다.

건설엔지니어링 명가(名家)로 우뚝 선 유신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융ㆍ복합’이다. 거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은 융ㆍ복합을 사내에 도입, 각기 다른 사업부서들의 노하우를 결합ㆍ활용해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석성 유신 대표이사 사장이 꺼내든 대표 융ㆍ복합 분야는 해상 풍력발전이다. 유신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EPC(설계ㆍ조달ㆍ시공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방식)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설정했는데, 융ㆍ복합을 통해 효율 극대화를 노리겠다는게 박석성 대표의 구상이다.
박석성 대표는 “해상 풍력발전하면 신재생에너지 또는 플랜트 관련 부서만의 업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단순한 구분”이라며 “해상 풍력은 환경ㆍ항만ㆍ플랜트ㆍ구조 등 엔지니어링 파트별 노하우가 조화를 이뤄야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유신은 융ㆍ복합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풍력발전 관련 수주액을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내 사업부서 간 컨센서스(합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달성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박석성 대표는 자신했다. 이어 해상 풍력이 안착 단계에 이르면 육상 풍력발전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주요 사업부문 중 하나로 성장한 SOC(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사업의 핵심 전략도 융ㆍ복합이다. ‘부산 승학터널’과 ‘오산∼용인 고속도로’ 등을 추진하고 있는 유신은 이미 민자시장 강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 발굴과 제안에 더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노하우 융ㆍ복합을 활용, 주무관청과 예비 이용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SOC 개발사업을 발굴하겠다는 각오다. 박석성 대표는 이 계획을 피자 제조 과정으로 대입해 설명했다.
피자 도우는 도로ㆍ철도 관련 재정사업에서 확보한 기술이다. 여기에 셰프(도시계획ㆍ환경ㆍ지반공학ㆍ구조 등 각 사업부서)들이 각자 가진 토핑(노하우)을 뿌려주면 누구나 좋아하는 맛깔난 피자(발굴 결과물)가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최근 부산시에 터널 건설사업(반송터널)을 제안했으며, 연내 2∼3건의 민자사업을 추가로 제안할 것이라는 게 박석성 대표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철도 사업도 있다.

참여 범위를 넓혀 민자사업에 에쿼티(자기자본)를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맥락에서 오는 2024년 개통 예정인 원산도 케이블카 사업에 지분(15%)을 투자한 상태다. 박석성 대표는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 가능한 완충저류시설사업 등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PM(통합사업관리) 분야에 나설 준비도 꼼꼼히 하겠다고 예고했다. 박석성 대표는 “국내 엔지니어링사가 해외시장에 나서 안착하려면 PM 역량 강화가 중요한 선결 과제”라며 “정부가 발표한 PM 활성화 대책에 발을 맞춰 유신도 사업기획ㆍ설계ㆍ금융조달ㆍ 운영관리 등 각 분야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장기 성장을 준비하는 유신은 올 한해 수주 목표를 4,0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에는 해외 수주 실적이 약간 기대에 못 미쳤지만, 거점국가를 활용해 해외 일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유신의 거점국가는 필리핀을 비롯해 탄자니아와 인도네시아 등이다.
박석성 대표는 “장기 성장의 키는 임직원들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임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소개] 유신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끈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1호선 등을 설계한 건설엔지니어링사다. 교통부(현 국토교통부)와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에서 공직생활을 한 고(故) 전긍렬 회장이 지난 1966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사명은 유신특수설계공단이었다. 1973년 유신설계공단으로 바꿨으며, 1996년 유신코퍼레이션으로 변경했다. 2010년 현 이름(유신)으로 교체했다. 사명 유신(惟信)은 신뢰를 가장 중요시한다는 전긍렬 회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믿음과 기술로 승부하겠다’ 라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신뢰와 기술을 첨병으로 내세워 도로ㆍ철도ㆍ공항ㆍ항만ㆍ수자원ㆍ도시계획ㆍ 레저조경 및 환경 등 건설엔지니어링 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경부고속철도, 인천대교, 이순신대교, 보령해저터널 등 우리나라 대표 SOC 건설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엔지니어링업계 최초로 주식시장 (코스닥)에 상장(2002년)했다.
해외시장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1977년 필리핀 사업(마닐라∼레가스피 교량 설계)를 시작으로 해외사업을 본격화했다. 약 40년 동안 총 65개국에 진출했으며, 이 기간 동안 약 3억8,000만달러를 수주했다. 베트남 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사업과 방글라데시 3개 공항(사잇푸르ㆍ바리살ㆍ실렛) 설계 등을 수행했다.
지속 성장에 대한 결의를 다져 2019년 ‘100년 유신 미션ㆍ비전’이라는 장기 성장 플랜을 발표했다. 이 플랜은 2025년 수주목표 5,000억원, 영업이익률 5% 이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