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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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보배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의 부채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신작 발표 지연과 기존 게임의 매출 둔화로 성장세가 주춤했던 가운데, 게임 라인업 확대와 신사업 투자에 따른 자금조달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게임사들은 신작 발표와 함께 NFT(대체불가토큰), 메타버스 등 신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구체화하며 투자 결실을 거두는 데에 집중할 방침이다. ‘리니지W’의 글로벌 서비스 지역 확대를 비롯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기대작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다.

◆부채 규모 급증에도 재무구조 ‘탄탄’

24일 이코노믹리뷰가 국내 주요 9개 게임사의 2020년과 2021년 부채비율 변화를 집계한 결과,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펄어비스 등의 부채비율이 1년 새 대폭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각사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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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카오게임즈의 부채비율이 2020년 28%에서 2021년 78%로 50%포인트 급증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총부채가 2020년 2,845억원에서 2021년 1조8,852억원으로 562.6% 늘어난 데 비해 자기자본은 1조254억원에서 2조4,204억원으로 136.1% 증가에 그치며 부채 부담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펄어비스의 경우에도 2021년 부채 규모가 6,379억원으로 전년 2,603억원보다 145.1% 늘며 부채비율은 2020년 41%에서 지난해 89%로 48%포인트 급증했다. 이어 넷마블의 부채비율이 46%에서 77%로 32%포인트 확대됐으며 컴투스(24%p↑)와 엔씨소프트(16%p↑)도 두 자릿수 이상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조사대상 게임사 중 지난해 부채 규모가 축소된 곳은 넥슨이 유일하다. 넥슨의 부채총액은 2020년 1,417억엔에서 2021년 1,407억엔으로 0.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은 7,204억엔에서 8,459억엔으로 17.4% 늘며 부채비율은 2020년 20%에서 지난해 17%로 3%포인트 축소됐다.

크래프톤의 경우 부채 규모가 1년 새 5,050억원에서 1조269억원으로 103.3% 늘었지만 총자본이 1조2,141억원에서 4조6,082억원으로 279.6% 대폭 늘며 부채비율은 19%포인트 축소됐다. 지난해 상장을 통한 자본유입 효과로 풀이된다.

그 외 컴투스홀딩스는 부채와 자본총액의 동반 증가 속 부채비율이 2년 연속 55%로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고, 위메이드는 부채가 674억원에서 1,584억원으로 늘었지만 자기자본이 2,560억원에서 8,170억원으로 더 큰 규모로 증가, 부채비율이 26%에서 19%로 축소됐다.

작년 한 해 넥슨을 제외한 다수 게임사의 부채 규모가 급증한 것은 게임 라인업 확대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M&A의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엔씨소프트, 컴투스, 펄어비스 등 게임사가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지식재산권(IP) 개발과 마케팅 비용 등에 사용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공들여 개발한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IP 인기가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는 환경에서 꾸준한 신작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M&A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 우수한 현금창출력으로 다져온 재무건전성을 내세워 회사채 시장을 적극 두드려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급’ 신규 게임, 불꽃 경쟁 예고

게임사들의 투자 효과는 올해부터 신작 출시를 기반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게임업계에선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리니지W’ 외 뚜렷하게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게임이 없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의 서비스 지역을 북미, 유럽, 남미 등으로 확대하고 ‘프로젝트 TL’로 IP 다변화에 나설 예정이다. 프로젝트 TL의 TL은 당초 ‘더 리니지(The Lineage’로 알려졌지만 개발 과정에서 리니지와는 무관한 신규 IP로 변경,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로 확정됐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중 2022년 이후 가장 많은 타이틀을 쏟아낼 전망이다. ‘프로젝트 HP’나 ‘프로젝트 D’의 경우 아직 출시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지난 테스트에서 게임성과 BM(비즈니스 모델) 모두 호평을 들었다.

더불어 ‘던전앤파이터’ IP의 모바일 버전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 외 ‘테일즈위버: 세컨드런’, ‘프로젝트 ER’, ‘마비노기 모바일’, ‘아크 레이더스’, ‘던전앤파이터 듀엘’ 등 모바일·PC·콘솔 영역에서 다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넷마블은 총 12종의 게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A3: 스틸 얼라이브’,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골든브로스’, ‘챔피언스 어센션’, ‘몬스터 길들이기: 아레나’, ‘모두의마블: 메타월드’ 등 6종이 블록체인 기반 플레이투언(P2E) 게임으로 출시된다.

크래프톤의 ‘프로젝트M’과 ‘칼리스토 프로코톨’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프로젝트M은 공상과학(Sci-fi)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턴제 전략게임으로 PC로 선보일 예정이며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올 하반기 콘솔게임으로 출시된다.

올해 컴투스홀딩스와 컴투스는 약 20여개 신작을 발표한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 블록체인 버전, 글로벌 MMORPG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워킹데드 IP 기반의 퍼즐 전략 PRG ‘워킹데드: 아이덴티티’와 컴투스홀딩스의 ‘크로매틱소울: AFK 레이드’, ‘마블 레이스’(가칭), ‘게임빌프로야구’ 블록체인 버전 등이 주요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오딘의 대만 시장 진출을 비롯해 ‘가디스오더’, ‘에버소울’, ‘프로젝트 아레스’, ‘디스테라’ 등 장르로 라인업을 강화한다. 아울러 메타보라(옛 프렌즈게임즈), 카카오 VX, 세나테크놀로지, 넵튠 등 계열사와 함께 메타버스, NFT 게임 등 신사업을 본격 전개한다.

펄어비스는 조만간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를 시작하고 PC와 콘솔 방식의 ‘붉은사막’을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다. 조석우 펄어비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022년은 IP 확대와 신작을 통한 라인업 다변화로 재무적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