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선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량의 87%를 한국조선해양(009540)·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 3사가 쓸어 담으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독보적인 수주 호황을 누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조선업계는 LNG선박을 넘어 선박용 ESS, 자율주행 선박, 암모니아 추진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기존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저유황유를 사용해온 머스크 등 선사들이 IMO 규제 강화에 따라 친환경 선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IMO는 2025년까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 이상, 2050년까지 7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MO는 지난해 6월 탄소 배출량을 지수화한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제도’도 마련했다. 국제 항해 선박은 2019년을 기준으로 2024∼2026년까지 매년 2%씩 CII를 낮춰야 한다.
현재 친환경 선박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LNG는 기존의 벙커C유보다 탄소 배출량을 30% 가까이 줄일 수 있지만 탄소 배출이 아예 없지는 않다. 완전한 탄소중립 연료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또 다른 환경 규제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선 LNG연료만으로는 향후 IMO의 2050년 환경 규제를 맞추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에 한창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폭발 없는 배터리 이용 전기추진선 개발 추진에 나섰다. 전기차와 같은 원리로 충전된 배터리의 전력으로 선박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지난달 27일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바냐둠이온배터리(VIB)를 개발한 스탠다드에너지와 손잡고 ‘바냐듐이온 배터리 기반의 차세대 선박용 ESS(에너지저장장치)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현재 ESS가 탑재되는 선박에는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소형화에는 용이하지만 휘발성이 높은 전해액을 사용해 화재와 폭발 위험이 크다.
한국조선해양은 스탠다드에너지와 함께 다음해 상반기까지 바나듐이온 배터리 기반 선박용 ESS솔루션을 개발해 해상 실증과 선급 승인을 추진할 방침이다. 차세대 전기추진선과 전력운송선 기본 설계도 끝낼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은 급성장하는 전기추진선 시장에서 안정성이 높은 선박용 ESS를 바탕으로 시장 우위를 선점하고자 한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IDTechEX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하이브리드 추진선 시장은 오는 2029년까지 연 평균 26% 성장해 시장 규모가 약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운항선박기술은 ‘바다의 테슬라‘로 불릴 만큼 해상 운송 패러다임을 바꿀 전도유망한 미래기술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 선박은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자율적인 항해가 가능하다.
한국조선해양은 자율운항선박 기술에 대한 글로벌 시장 선도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자율운항 기초기술을 상용화한 상태로, 연내로 자율운항시스템을 갖춘 대형선으로 대양을 횡단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2’에서 사내 벤처기업 아비커스의 자율운항기술 레저보트 모형 등을 선보였던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는 “자율운항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양모빌리티가 우리의 새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말부터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를 내세우고 자율운항 시험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는 경기 시화호와 영종도 서해상에서 실증 작업을 거쳐 지난 연말까지 시흥R&D캠퍼스 내 스마트십 육상 관제센터와 연동해 AR, VR, 원격조종 등 자율운항과 안전운항 관련 기술을 테스트했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10월 영국 로이드 선급에서 2만3,000TEU급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 승인을 획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건조가 복잡한 컨테이너선에 대한 인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향후 다른 선종에 대해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8월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암모니아 추진선 기본인증을 받고 독자적인 암모니아 연료공급 시스템 개발, 상세 선박 설계 등을 거쳐 2024년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연소 시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 등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통한 생산이 가능하다. 또 LNG보다 보관과 취급이 편리해 기존 LNG선을 잇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4~2025년이면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에 대응하면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중국이나 일본같은 글로벌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LNG선을 이을 차세대 연료추진선 개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