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에 걸린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과 현수막. 사진=이코노믹리뷰 금교영 기자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에 걸린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과 현수막. 사진=이코노믹리뷰 금교영 기자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곳은 지난달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의 첫 수주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6일 건설·정비업계에 따르면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은 지난 5일 시공자 선정 총회를 열고 HDC현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959명 중 926명이 참여했으며 509명이 HDC현산에, 417명이 롯데건설에 표를 던졌다.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은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일대 6만2,557㎡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2층, 1305가구 규모의 공동 주택과 부대복리 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HDC현산과 롯데건설이 각각 200억 원의 보증금을 내고 입찰에 참여했으며 총 공사비는 약 4,200억원 규모다.

HDC현산은 이 사업에 오랜 기간 공을 들였고 앞서 제안한 조감도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수주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달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상황이 달라졌다.

현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이미 재개발·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한 사업지들에서 시공사 교체나 계약 취소 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이미 공사가 진행된 곳이나 입주한 아파트 사이에서는 ‘아이파크’ 이름만이라도 빼자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관양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이미 시공사가 결정된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있었던 만큼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었다. 다만 광주 붕괴사고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 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게 맡길 순 없다’, ‘무너진 기업! 현대산업개발 퇴출!’ 등 HDC현산을 반대한다는 현수막과 본사 앞 시위 등을 펼치며 거센 비판을 내놓으면서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따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HDC현산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유병규 대표이사가 자필 사과문까지 보내며 조합원들의 마음잡기에 노력을 펼쳤다. 지난달 22일 합동 홍보 설명회에서는 해외 설계사인 스캇 사버 SMDP 대표가 관양 현대에 적용할 특화 설계에 대해 직접 설명도 하는 등 공을 들였다.

또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SPC 2조원, 사업추진비 가구당 7,000만원 지급, 월드클래스 설계 ▲안양 시세 평당 4,800만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대물변제 통한 조합원 이익 보장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매월 공사 진행현황 및 외부 전문가 통한 안전진단 결과 보고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 업체 운영 비용 부담 등도 추가로 제안하면서 수주에 성공했다.

HDC현산은 광주 붕괴 사고 이후 전국적으로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이 커지며 정비사업 시장에서 퇴출론이 우세했지만 이번 수주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현산은 현재 ‘영업정지’와 ‘건설업 등록말소’ 등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추후 정부의 영업정지, 면허취소 조치가 내려지더라도 이미 계약이 이뤄졌거나 착공한 현장의 공사는 계속 진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