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희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잔치를 벌인 증권사가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투자은행(IB)와 자산관리(WM)에 역량을 집중한다. 글로벌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브로커리지 감익을 최대한 상쇄시킨다는 전략이다.
증권업계는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마이데이터 사업을 비롯해 부동산 및 기업공개(IPO) 등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특히 IPO 시장의 경우 올해가 작년보다 공모 규모는 더욱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상장주선인 선점 경쟁도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증권 구성 종목(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7조2,0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53.86% 급증한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 된 가운데, 이주 들어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들의 경우 실제로 모두 최대 실적을 속속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들은 미래에셋증권(006800)을 비롯해 NH투자증권(005940), 메리츠증권(008560), 현대차증권(001500), SK증권(001510), KTB투자증권(030210) 등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달성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연간 영업이익 1조3,167억원으로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탄탄한 투자은행(IB) 부문 경쟁력과 사업부들이 두루 실적 개선을 이룬 것이 최대 실적 달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도 영업이익 9,489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한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다. 이 외에도 KTB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 SK증권 역시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며 호실적을 자랑했다.
지난해 브로커리지 수익 기반에 IPO 시장 활황 등의 영향으로 증권사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다소 전망이 어둡다. 올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기조를 나타내는 데다, 미국은 양적 긴축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져 주식시장이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폭발적인 증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의견을 모으면서 거래대금도 줄어드는 수순을 밟고 있다.
올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6,381억원으로 작년 동월(42조1,07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전월인 지난해 12월(21조1,473억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코스피지수는 2,988.77로 올해를 시작했지만 불과 한달도 안돼 2,600대까지 떨어졌다. 28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2,663.34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증권사들의 올해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데다 거래대금에서 발생한 수수료 수익의 큰폭 감소가 예상돼서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도 증권주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KRX 증권지수는 지난해 말 782.37에서 이달 28일 711.39로 70.98포인트(9.07%) 떨어졌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거래대금 추이에 연동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주가의 상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증권주는 저평가 구간이지만 상승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브로커리지 부문에서의 수익 감소를 IB 및 WM 강화를 통해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2022년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관련 부서를 세분화 및 확대함으로써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지수 등락에 따라 변동성이 큰 브로커리지 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투자은행 및 자산관리를 강화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추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올해는 증권사 WM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면서 연초부터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지난해 IPO 시장의 열기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약 20조원에 달했던 공모시장 규모는 올해 약 25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2022년 절대적인 규모는 전년의 역대급 규모를 상회하는 25조4,000억원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IPO 사상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의 공동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의 경우 수수료 수익만 200억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주관을 통해 얻는 수익이 지난해 1년간 KB증권의 전체 IPO 관련 수익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증권사들이 주력하는 부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 투자 실사가 쉽지 않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종 간 협업도 활발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롯데건설과 부동산 개발사업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향후 선진 국가 등 신규 시장에 진출해 지속가능한 부동산 개발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SK증권은 부동산 수익증권 플랫폼 '펀블'과 업무협약을 체결,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의 계좌관리 기관의 역할을 하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급증한 유동성으로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IB와 WM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들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겠지만 IB와 WM부문의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이익감소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