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인년(壬寅年) SOC(사회기반시설)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올해 SOC 예산 규모(28조원)가 사상 최대치를 나타낸 가운데 정부가 재정시장과 민자시장에서 각각 10조원씩, 최대 20조원 이상(사업 규모 기준)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총사업비가 6조원에 달하는 GTX-B노선 등이 대표 사업이다. 이에 따라 수주 곳간을 두둑히 채우려는 건설사ㆍ엔지니어링사들의 대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사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단 한 건이라도 더 수주하겠다는 각오다. 부동산시장에서도 SOC 확충 흐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SOC 신설은 호재’라는 기대감으로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길 도로와 철도 등에 끝없는 관심을 내보이고 있다.
[이코노믹리뷰=최남영 기자] 사상 최대치인 예산에 힘입어 올해 SOC(사회기반시설)시장은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중앙ㆍ지방 정부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가운데 민간투자 활성화까지 더해져 올 한해 동안 철도와 도로 등 각종 인프라 확충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투자사업은 올 상반기 동안만 최대 10조원 이상이 발주, SOC 투자 확대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수주 곳간을 가득 채우려는 건설사들의 각축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국회는 2022년 SOC 예산 규모를 전년 대비(26조5,000억원) 5.7% 증가한 28조원으로 의결했다. 역대 첫 28조원대다. 애초 정부는 올해 SOC 예산 규모를 27조5,000억원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국회는 2022년 SOC 예산 운용의 초점을 ▲수도권ㆍ지방 교통연결의 고도화 ▲SOC 디지털 관리 강화 ▲도시ㆍ물류 인프라 스마트화 ▲SOC 안전 등에 맞추고, 정부안보다 약 5,000억원 증액했다.
이처럼 올해 예산이 짜여지자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속속 주요 사업 발주 채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건설업계는 올해 재정을 활용한 토목사업 실질 발주액이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철도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재정으로 진행하는 주요 토목사업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재정구간(용산∼망우)’을 비롯해 ‘대구산업선 및 석문산단 인입철도’와 ‘국도77호선 남해 서면∼여수 신덕 국도’ 등이 대표적이다. 철도 르네상스를 더욱 꽃피울 ‘인덕원∼동탄 복선전철’과 ‘월곶∼판교 복선전철’, 공구별 사업자 지정을 앞두고 있는 ‘평택∼오송 2복선화’ 등도 건설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어 LH가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로 발주할 ‘남양주 왕숙 국도 47호선 우회도로 건설공사’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활발한 민간투자도 SOC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는 주요 배경이다. 예정대로 고시(제3자 제안공고 포함)가 이뤄진다면 올 상반기 동안 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는 사업의 규모는 10조원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예정 물량까지 더하면 최소 12조원이다.

‘민자 활성화’라는 정부 방침과 다르게 지난해에는 민간투자가 시들했다. 2021년 한해 동안 사업자 선정 일정을 진행했던 사업의 규모는 4조6,018억원(수익형 사업 2조5,037억원ㆍ임대형 사업 2조981억원)이다. 이는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작년 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2021년 민자사업 발주 규모는 10조원 이상이었다. 총사업비가 6조원에 가까운 GTX B노선을 비롯해 2조원 규모의 ‘부산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 건설사업’과 5,500억원에 달하는 ‘평택∼시흥 고속도로 확장사업’ 등이 사업자 선정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 관측이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이들 프로젝트의 고시가 전부 미뤄지면서 2021년 발주 규모는 2020년 대비 반 토막 났다. 2020년 민자사업 고시 규모는 10조원에 다다른 9조9,721억원(수익형 사업 9조5,184억원ㆍ임대형 사업 4,537억원)이었다.
민자업계는 올해 시장 분위기는 지난해와 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진 일정이 연기된 수익형 사업이 대거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실제 GTX B노선과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 등은 올 상반기 중 발주 예정이다. 더불어 첫 ‘BTO(수익형 민간투자)ㆍBTL(임대형 민간투자) 혼합 모델’인 ‘대장홍대선’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제3자 공고를 진행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대장홍대선은 지난해 11월 민자적격성 조사를 완료했다.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 의결 등 남은 행정 절차를 일정대로 완료하면 올 2분기 중 제3자 공고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BTL 물량까지 가세해 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제3자 공고 1호와 2호 사업은 윤곽을 드러냈다. 1호 사업은 ‘서대구 하ㆍ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총사업비 5,314억원)다. 대구시는 지난 20일 서대구 하ㆍ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에 대한 제3자 공고를 냈다. 지난해 12월 민투심 의결을 완료한 결과다.
‘BTO-a(손익공유형 민간투자)’ 방식인 이 사업은 KTX 서대구역(개통 예정) 인근 노후 하ㆍ폐수처리장 4곳(달서천하수처리장, 북부하수처리장, 염색산업단지 1ㆍ2폐수처리장)을 대구 북부하수처리장 지하 공간으로 한데 모으는 프로젝트다. GS건설이 최초 제안자 자격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건설 등 3∼4개 건설사가 제3자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호 사업은 DL이앤씨가 제안한 ‘의정부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총사업비 2,500여억원)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의정부시는 조만간 이 사업에 대한 제3자 공고(안)을 2022년 1차 민투심 논의 안건으로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차 민투심은 다음달 중 개최 예정이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최종검토를 거쳐 올 1분기 중으로 제3자 공고를 낸다는 게 의정부시의 방침이다. 이 사업도 BTO-a 방식이며,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정부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는 장암동 공공하수처리장 1∼3시설 가운데 1시설 부지(4만4,000㎡) 지하에 하루 15만7,000t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처리시설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2∼3시설 부지는 공원으로 바뀐다.
이어 GTX B노선을 비롯해 사상∼해운대 고속도로와 평택∼시흥 고속도로 확장 등도 올 상반기 발주 후보로 꼽히고 있다. 대장홍대선도 사업자 선정 절차 착수 준비에 한창이다.

이처럼 대형 사업 발주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입찰 참여를 준비하는 건설사들도 분주한 모습이다. GTX B노선 참여를 준비하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은 자체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를 눈여겨보고 있는 2∼3개 건설사는 사업 수지를 검토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토목사업 수주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라며 “단기간에 발주가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골라 전략적으로 도전장을 낸다는 게 건설사들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대형 인프라 확충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대 부동산시장이 갖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과 수도권 외곽을 30분 안팎으로 잇는 GTX A·B·C노선이 모두 건설 가시화 단계에 이르자 경기 파주·남양주·안양, 인천 송도 등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GTX가 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이 주 목적이라는 점에서 B노선 대상지인 인천 연수, 남양주 일대·마석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미 사업자 선정을 마친 민자사업들도 속속 실시협약 체결 단계에 이를 전망이다. 실시협약은 사업 주무관청과 우선협상자가 사업 추진 조건 등을 협의하는 절차로,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따라 최장 18개월간 진행할 수 있다. 협의 완료 후에는 협약서를 작성해 이 절차를 마무리한다.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 자격을 지닌 ‘위례∼신사 도시철도(경전철)’ 등이 실시협약 체결을 앞둔 대표 민자사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