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희 기자] 최근 국내 천연가스 관련주 주가가 급등락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가 유럽향 공급 축소로 에너지 공급 대란 우려를 키우면서다. 일주일간 천연가스 관련주들의 주가는 급반등과 하락을 오가면서 큰 변동폭을 그렸다.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천연가스 관련주로 꼽히는 대성에너지(117580)와 SH에너지화학(002360), 지에스이(053050)는 각각 9,560원, 956원, 3,2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대성에너지는 전일 대비 12.3% 상승했고, SH에너지화학과 지에스이도 각각 0.1%, 1.3% 소폭 올랐다. 대성에너지를 제외한 SH에너지화학과 지에스이는 전일 대비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21일부터 27일까지 5거래일간 롤러코스터 주가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관련주들은 지난 20일 이후 큰폭 올랐다가 다시 큰폭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대성에너지의 경우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34.7% 급상승했고, 지에스이(37.9%)도 30%대 오름세를 보였다. SH에너지화학(16.2%)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러한 상승세는 23일부터 급반전했다. 22일 이후 3거래일간 대성에너지와 지에스이는 각각 -16.6%, -16.8% 등 두자릿수 하락율을 기록했고, SH에너지화학(-8.2%)도 큰폭 떨어졌다.
천연가스 관련주는 주가 변동성 원인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지목된다. 전력난과 추운 겨울 날씨 등으로 천연가스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도 실질 공급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은 최대 공급국인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가격 급등 현상까지 일어났다. 최근 1개월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40% 이상 급등, 같은 기간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구리 등 다른 원자재와 대비되고 있다.
유럽향 천연가스 공급 감축은 우크라이나를 두고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국 등의 갈등 심화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가 군사뿐만 아니라 유럽으로 연결되는 주요 천연가스 수송로 중 하나인 야말-유럽 가스관으로 공급을 중단하는 등 지정학적 압박에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실제 네덜란드 TTF 가격이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한 지난 21일 23% 급등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의 대립 성격이 크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될수록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세계 3위 원유 수출국이기 때문에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다만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직접 침공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고조시키는 목적은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감안했을 때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닌 동유럽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 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 구소련권 안보협의체 구축 등 러시아 중심의 진영 구축을 통해 외교 기반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동유럽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면 무리해서 분란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미국도 중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필수 자원 보유, 유라시아 협력 네트워크 등을 감안할 때 전면전으로 싸우기에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현재 갈등이 전면전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서로의 1차적인 타협점을 찾는 데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동맹 외교 추진과 러시아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 인권 문제, 북극해 영토 분쟁 등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와 서방 간의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기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갈등이 완화-심화되는 패턴을 지속할 것으로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군사 일부를 철수시킨 점, 나토가 러시아에 내년 1월12일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 소집을 제안한 점, 독일과 러시아 정부도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한 점 등의 이슈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에 따른 천연가스 관련주들의 주가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