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블랙프라이데이·광군제 짝퉁’,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 ‘요란한 빈수레’, ‘할인없는 할인행사’. 코세페를 둘러싼 수많은 오명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로 7년째를 맞은 대한민국 최대 행사가 이같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이제라도 국내 유통산업 흐름을 정부가 낱낱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우선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구조에 대한 정부와 행사 주체의 이해가 선행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유통구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고민 없이는 ‘할인 없는 할인 행사’의 역사가 지속될 수 있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진국 연구위원은 ‘KDI FOCUS 대규모유통업의 거래유형 분석과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코세페의 문제점이 유통·납품업체 간 거래유형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국내 대기업과 납품업체의 거래 구조 상 국내 유통기업의 직매입 확대가 실질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이 연구위원은 “유통기업과의 거래에서 특약매입으로 납품하는 비중이 증가할 때 납품업체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대형유통사들은 떨어낼 재고량이 적은 데다 직매입 비중이 낮아 할인폭을 키우기 어렵고 납품업체들은 특약매입 및 위수탁 계약에 가격 할인까지 겹쳐 매출이 늘어도 남는 게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와의 비교가 아닌 ‘한국식 세일 행사’로 재정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코세페를 할인율에 집중해 ‘광군제 짝퉁’으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콘셉트의 행사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행사기간을 단축하고 정부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쇼핑 축제를 통합해 행사 집약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또는 지자체와 협조해 행사기간 동안만이라도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를 포함한 규제를 걷어내 ‘규제 프리 쇼핑기간’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유통업계 전반에서 직매입 비중이 뚜렷하게 확대되기 전까지는 체감이 잘 되지 않는 할인율을 내세우기보다 판매 여건과 구매 성향에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해 봄직하다”고 제언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핼러윈데이가 정착한 것과 같이 코세페를 국가적 아젠다로 세팅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에 코세페가 정형화돼 자리잡을 수 있도록 체험 요소, 문화요소 등을 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코세페’라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와 유통업체, 제조업체 등이 함께 의논해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 교수는 “코세페는 구조적 문제를 바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며 “최근 1-2년 사이 코세페에 대한 정부의 예산이 줄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이 줄면 기업의 부담이 늘고 결국 기업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자신만의 전략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코세페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온 만큼 부정적으로 변해버린 업계 내 코세페 인식을 기업들이 다시 살려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1년에 한번 진행되는 할인행사에 국내 참여 기업들이 나서서 함께 하는 행사로 변화해야 기업의 이윤 추구와 소비 촉진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단 평가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코세페 이미지가 유통기업들 사이에서 좋지 못했던데다 현재는 형식상 참여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이지만 코세페를 잘 활용하면 국내 기업들이 다함께 즐거운 행사가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행사 규모가 커지고 소비자들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도 “유통업체마다 각각 갖고있는 연간 할인 계획이 있고,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과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유통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코세페는 유통기업들이 같은 시기에 할인 행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 측면에서 꺼려질 수 있지만, 반대로 유통기업들이 코세페에 주도적으로 임한다면 소비자들의 열기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정부도 기업도 소비자도 ‘독’

정부 주도로 진행되다 결국 2019년부터 민간에 넘겨졌고, 이후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계륵’ 신세로 전락한 만큼 이제라도 코세페가 중단돼야한다는 단호한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유통업계 흐름을 바꾸려다 실패하자 민간이 주체적으로 주도하도록 했지만, 유통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도 모르는 ‘코세페’를 앞세워 홍보를 진행할 이유가 없단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세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미미하고 매년 참가업체 수만 늘어날 뿐 할인율은 앞으로도 제자리일 것”이라며 “참여 기업은 코세페를 통한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데 매년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코세페를 이어가는 것은 오히려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개입돼 있는 한 코세페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 역시 코세페가 아니어도 연말 정기 행사는 꾸준히 진행할 것이고 코세페는 국내 기업이 진행하는 자체 행사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세페가 지금과 같이 차별화 전략과 해결책에 대한 고민 없는 행사를 이어 간다면 결국 지지부진한 행사로 의미없이 횟수만 늘리게 될 것”이라며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만큼 이제는 코세페를 계속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할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