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요 며칠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려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최근 맑고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이젠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나 보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신동아1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권일구 기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신동아1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권일구 기자

23일, 24절기 가운데 18번째 절기인 상강(霜降)이다. 서리가 내리는 ‘상강’ 다음 입동이 찾아온다는데, 오후에도 쌀쌀한 기운이 맴돌았다. 시내 보다는 산자락에 위치해 확연히 온도의 차이가 느껴졌다. 가을의 마지막을 알리는 이날, 서울 도봉구 방학동 대장주 아파트로 알려져 있는 신동아 아파트1단지를 다녀왔다.

이 단지는 지난 1986년에 지어져 올해 35년차를 맞은 단지다. 규모만 3,200여 세대에 달해 도봉구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당시에는 서울 지역에서도 내로라하는 대단지로 꼽힐 만큼 유명세를 치른 곳이기도 하다.

‘방학동의 집값 추이는 신동아1단지의 가격에 달렸다’는 얘기가 헛소문은 아니었다. 얼마전 이 단지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집값 역시 강남구에 이어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주변 단지까지 덩달아 올랐다는 것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단지는 지하철1호선 방학역과 4호선 쌍문역, 우이경전철 우이역 등이 차량으로 10분 내외거리에 위치한다. 특히 단지 주변으로 초·중·고 및 마트 등의 생활 인프라가 비교적 잘 형성되어 있다는 평가다.

신동아1단지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권일구 기자
신동아1단지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권일구 기자

단지는 전용면적 58㎡, 71㎡, 73㎡, 83㎡, 97㎡, 112㎡, 131㎡, 146㎡ 등이며, 31개 동으로 구성됐다.

1동 앞 정문을 지나니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는 커다란 플랜카드가 단지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길을 지나가는 한 입주민(여 60세)은 “정말 재건축을 시작하는가 보다. 여긴 실거주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대다수 재건축을 원하고 있다”며 “(사업이)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자식들에게 번듯한 집하나는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된 단지인 만큼, 주차는 이중은 기본이요, 삼중주차까지 정신이 없었다. 오랜 단지치고 지하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이 많은 차량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한 입주민은 “그나마 놀이터 공간을 줄이거나, 테니스장을 없애 주차면을 확보하긴 했지만, 여전히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입주민(남 46세)은 “경기도에서 살다가 몇 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했고,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학교도 단지 주변으로 사립초·중교를 비롯해, 자사고도 위치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사 오고 얼마 안돼서 재건축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좋은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권일구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권일구 기자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 통계시스템을 살펴보면 이 단지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전용면적 84.87㎡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5억~6원대에 실거래 되고 있었다. 그나마 최근인 지난 4월 1층이 6억1,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아직 매매거래는 없는 상황이다. 전용 112.46㎡는 지난달 9억900만원에 실거래 됐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입주민이 30평형대를 13억원에 내놓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대 단지가 술렁거렸다고 한다.

단지 인근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 대표는 “1단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호가는 더 앞서가고 매매는 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며 “얼마 전 30평형대를 13억원에 내놓은 분이 계셨다. 간을 보려고 한 것이겠지만, 이를 듣고 한 손님은 ‘이 가격이면 차라리 시내 나가기도 좋은 종암동으로 가겠다’며 혀를 찼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입주민(여 47세)은 “그나마 최근에 40평형대가 6억원에 급매로 나온 것이 있었다”며 “안전진단과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이 맞물려서 그런지 한 달 만에 4억 이상 오른 10억원대로 집값이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지 상황을 설명했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18평형이 계약되면서 가격이 위로 치고 올라갔다. 작년만 해도 이 평형대는 3억원 대 초반에 거래됐다. 지금은 벌써 2억원이 오른 5억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그리고 35평형도 10억원에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단지의 특징은 실거주 하는 분들이 많다. 작은 평형을 팔고, 더 큰 평형대로 옮기려고 하는데, 자꾸 가격이 올라가니 가뜩이나 매물도 없는 가운데, 간혹 나오는 매물들은 호가를 올려서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팔려도 그만, 안 팔려도 그만이다”라는 생각에 호가만 올려놓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권일구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권일구 기자

다른 B공인중개사 실장은 “최근 35평형을 10억원에 내놓은 분이 계셨다. 그런데 45평형의 매물이 10억원에 나오는데 30평형대 호가를 이렇게 올려버리니, 40평형대는 12억, 또는 그 이상으로 호가를 올려 내놓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아1단지의 호가와 실거래가가 올라가니 주변 단지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인근에 위치한 청구아파트 전용 84.97㎡는 지난 1월 2층이 5억3,000만원에 실거래된 이후 9월에는 6억9,500만원에 3층이 매매됐다.

S공인중개사 대표는 “신동아1단지에서 모든 게 비롯된다”며 “주변 아파트 값 시세가 매겨진다. 파급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예전 고도제한 등으로 15층 이상 못 짓고,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떨어져 고개를 저었 던 곳이다. S공인중개사 대표는 “지금은 서울시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고, 공공임대 같은 이런 주택사업을 함께 하게 되면, 더더욱 높은 사업 수익성을 주겠다고 얘기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집값 상승여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재건축 사업을 반대하는 입주민도 있었다. 연세가 지긋한 한 입주민은 “여기서 아주 오래살았다. 공기도 좋고, 주변에 숲도 있고 공원도 많다”며 “아무래도 재건축을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이런 환경과는 멀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분담금 등 내야할 돈도 많을 텐데, 나이 많은 사람들은 감당이 안된다. 나는 반대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중개료 인하를 놓고 중개소에서 많은 이야기도 오갔다.

S공인중개사 대표는 “3억~9억원 사이의 요율이 많이 떨어졌다. 전에 6억 이상이면 8~9% 정도를 받았는데, 가뜩이나 집값도 싼 지역인데 이쪽 지역이 제일 피해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른 곳 아파트들이 워낙 많이 올라 중개료만 몇 천 만원씩 받고 하는데, 물론 이런 경우에는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실질적으로 이 동네는 중개해 봐야 겨우 200만~250만원 받고 있다. 그런데 이걸 또 줄인다니까 이건 아니다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 지역도 이제 6억원이 넘어가니 이 금액대의 수수료율이 크게 줄어든다”며 “손님들은 몇 억짜리 자신의 재산을 팔고 사면서 중개료가 비싸다고만 한다. 그런데 중개는 계약서만 쓰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