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해운법 개정안을 두고 해양수산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개정안에 대해 수출기업들의 85%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들의 공동행위로 인한 부당한 운임 상승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수부 국정감사에서 해운사들의 공동행위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가 해운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어떤 근거로 단속을 하느냐”는 질의에 대해 문 장관은 “저희가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있더라도 공정위법에 의하면 절차상에 하자 있다면 공정위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또 “해운선사 담합행위를 해운법에 의거해 관리했는데 관련된 매뉴얼이 있느냐”는 위 의원의 추가 질의에 “없다. 한 번도 고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용역을 통해 매뉴얼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공정위가 얘기하고 있는, 신고하지 않은 여러 가지 사안들이 120건이라고 하는데 이를 공동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게 해수부의 입장이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위 위원은 “해수부가 담합행위에 대한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온 것”이라며 “지금에서야 용역을 하겠다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농해수위는 해수부와 공정위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운법 개정안 상정을 연기했다.

8,000억 과징금에…해수부-공정위 ‘줄다리기’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HMM·SM상선·팬오션 등 국내외 해운사 23곳(국내 12·해외11)에 총 8,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는 심사 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발송했다. 2003부터 2018년까지 한국~동남아시아 노선 운송료를 담합한 혐의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징금은 운송료 담합이 이뤄진 기간 매출액의 8.5~10.0%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 중 국내 해운사 11곳에 통보된 과징금만 5,600억원으로 한 업체당 적게는 31억원, 많게는 2300억원이 배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천문학적인 과징금 폭탄이 예고되자 지난달 2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권한을 해수부가 갖고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공정위가 현재 조사 중인 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건에 대해서도 개정안을 소급 적용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담합행위 과징금 8,000억원을 무력화하기 위한 개정안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공정거래법 배제 시 화주 불이익 우려”

해수부와 공정위 간 입장차가 큰 만큼 해운사와 수출기업 간 입장차도 크다. 먼저 해운사는 운송료 담합 등 공동 행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유엔(UN)에서는 1974년 정기선 헌장을 통해 해운업계에 한해서만 공동 행위를 공식 인정하고 있고 한국 정부 역시 1978년 해운법을 개정하면서 해운업계의 공동 행위를 허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해운법 제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송료·선박 배치, 화물 적재, 그 밖의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내용은 해운법이 40년 이상 개정되는 과정에서도 현재까지 유지돼왔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해운은 각국 선사가 모여 선복과 구간, 노선 등을 공유하며 운영하는 형태로 여러 선사들과의 협정, 국제법 등이 중시된다”면서 “이 같은 특수성 때문에 40년 넘게 국제적으로도, 국내법으로도 공동행위를 할 수 있게끔 허용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공정위 주장대로라면 외교분쟁까지 일어난 소지가 있다”라며 “이미 중국정부에서는 항의서한을 보내왔고 앞으로 각국에서도 더 보내올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수출기업들은 해운법 개정안에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174개 수출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운법 개정안 관련 수출입 중소기업 의견 조사’에 따르면 수출입 중소기업 가운데 80% 이상이 해운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개정안 반대(현행 유지)로 응답한 기업은 85.1%에 달했으며 개정안 찬성에 응답한 기업은 14.9%에 불과했다.

이들이 꼽은 개정안 통과 시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부당 공동행위로 인한 운임 상승(46.0%)이었으며 ▲향후 부당행위로 인한 분쟁 발생 시 구제받을 방법이 없음(39.7%) ▲물류 운임 불안정성 확대로 수출입 감소(14.4%) 순으로 꼽혔다.

한 수출기업 대표는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해 운임료가 형성되면 화주 입장에선 대안이 없다. 자율경쟁과 달리 선택권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며 “최근 해운 운임료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공정거래법이 배제되면 향후 부당한 운임 상승에도 화주들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감과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 최선의 운송, 수출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컨센서스를 맞춰가는 것인데 해수부인지 공정위인지 정부 간 소통이 먼저 안 되다 보니 선사도 화주기업도 혼란스럽다”며 “어떻게 바뀌더라도 양측의 커뮤니케이션이 지속, 적극적이고 무역과 물류가 동반성장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