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끝났다. 대중매체와 페이스북에서는 ‘확진자’,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는 ‘여행’이 상위 키워드로 잡혔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은 이슈 키워드 1위이고, 2위가 ‘여행’ 그리고 그 뒤로 ‘병원’, ‘백신’등이 나온다. 하루 확진자 3천명이 넘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추석 연휴 이후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도 있다.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9월 25일 이슈 키워드에서는 코로나19 이슈를 넘어섰다. 엔터테인먼트 뉴스 항목에서도 BTS와 콜드플레이 공동작업, 007 신작 뉴스와 같이 상위권에 랭크 되어있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에서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1위로 등극했다는 기사가 많이 뜬다. 가끔, 이런 순위는 왜 발표하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남들이 많이 보니까 당신도 보는게 어때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잘 안 본다. 남들이 하는 건 안한다 라는 직업병이다. 베스트셀러를 굳이 찾아서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나도 남들 하는 거 따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공동구매(공구)다. 우연찮게 한번 해봤는데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나름 중독이다. 왜 그런거 있지 않나. 남들이 모르는 것을 나만 알고 있을 때 느끼는 희열 같은 것. 직업적으로 이야기하면 의도한 인식의 차별화가 시장에서 인정받아 갈 때의 쾌감 뭐 그런 거다.

그런데 이걸 가격이나 쾌감이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 보는 해석도 있다. ‘아는 사람한테 산다’라는 개념이다. 인플루언서들이 추천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인데, 나름 그 분야 전문가인 그들이 추천하는 상품이니까 믿고 구매하는 것이다. 지인에게 얻은 정보를 가장 신뢰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회사에서 공구나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해보면 케이스 별 매출 차이는 업로드 하는 피드 내용과 횟수, 도달 그리고 팔로워 수의 조합에 있다. 그래도 기본은 팔로워 수, 그것도 열혈 팔로워 수이다. 열혈 팔로워가 많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에 동의하는 찐 친구들이 많은 것이라서 그렇다. 인플루언서에 대한 믿음크기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다.

그런데 이 공동구매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일상생활에 침투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기회가 있었다. 얼마전에 본 어느 다큐 프로그램에서 지하철을 타는 것이 바로 공동구매를 하는 것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설명은 이렇다. 지하철 한량은 수십억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하철 패스를 사서 그 지하철을 탄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지하철을 공동구매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기 때문에 얻는 혜택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주택도 마찬가지다. 경치가 좋거나 아니면 교통이 좋아 살고 싶은 지역에 혼자 살려면 힘들겠지만, 공동주택을 만들어서 사람을 모으고 총 비용을 나누면 원하는 혜택은 누리면서 개인의 금융비용은 적게 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구에 대한 새로운 해석되시겠다. 또 있다. 요즘 유행하는 음악 저작권 플랫폼 투자나 송아지에 투자하는 한우 조각 투자, 강남 빌딩에 투자하는 빌딩 조각 투자 같은 것 등이 이런 공구의 본질을 활용한 금융상품인 것 같다. 공동구매. 여러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공동구매 연관어 및 감성어 분석>

‘공동구매’ 연관어를 살펴보면 가격, 할인, 판매, 세트, 출고등 판매와 관련된 단어들이 많다.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 공동구매가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박스’ 라는 연관어는 박스 단위로 포장되는 상품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긍정 감성어로 ‘할인’과 ‘세일’이 나오는 것은 예상 가능하지만 ‘친구’와 ‘믿음’이 나오는 것은 특이하다. 공동구매에서는 서로간의 믿음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 일거다. 이와 함께 패밀리 세일을 통한 공동구매 형식이 많은 것도 흥미롭다. 결국 아는 사람들끼리 많이 하는 구매형태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공동구매는 판매자보다는 구매자 중심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사람을 많이 모을 테니 판매자는 좀 싸게 제품을 제공하라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가격도 스펙도 공동구매 인원이 많을 수록 판매자와의 거래는 유리해진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 농가와 계약하고 예약 재배를 요청할 수도 있다. 왼손잡이를 위한 냉장고를 만들어 달라고 할 수 있다.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는 회사의 제품을 1등으로 만들 수도 있고,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회사의 제품만 시장에서 유통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동구매의 힘이 된다. 감히 개인이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이,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을 모으는 거다. 그리고 그 첫번째 단추는 ‘SNS 경제’에 입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기업의 자본이 메인 동력이 되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개인의 가치와 생각이 메인 동력이 되는 것이 ‘SNS 경제’(고객님이 팔로잉 하셨습니다, 후지무라 마사히로 저)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문을 위한 첫번째 일이 소셜 블로그 운영이다. 나와 비슷한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 9월 15일자 아홉 번째 칼럼에 빈도를 통한 친밀감으로 매장을 익숙한 장소로 만드는 방법을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여기에 대한 두번째 실행 아이디어가 SNS를 통한 쓸만한 정보 제공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만드는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공감 만들기는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취미란 춤이나 음악, 낚시 같은 것도 있지만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키우는 분, 치와와를 키우는 보호자, 주말마다 목욕탕 가는 분등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공통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SNS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나 취미를 적극적을 알리는 것이 서로를 찾고 공감대를 만들고 친밀감을 높이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공동구매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서로간의 공감대를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에게 흥미가 생기면 그가 하는 일이나 상품, 서비스에도 관심이 가게 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은 SNS 시대다. SNS는 인간이 중심이고 관계가 중요하다. 관계는 공감에서 나오고 공감이 생기면 그 사람이 파는 것을 구매하고 싶어진다. 중요한 건 자본이 아니라 관계다. 산다는 건 어차피 관계 맺기다. 하지만 관계 맺는 것이 쉽지 않은 분들도 많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관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맺는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과도, 책하고도, 또 시골풍경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서 사회란 꼭 인간사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산다는 건 나를 둘러싼 환경과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공동구매도 서로 간의 관계를 맺는 수단이 된다. 공동구매는 우리가 살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