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중공업
사진=현대중공업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글로벌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에서 56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모으면서 흥행에 성공, 상장 후 따상 기대감을 키웠다. 국내 대표 조선사라는 기대감과 상장 초기 제한적 주식 유통물량, 흑자전환 가능성 등의 매력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증거금 역대 6위…상장 초기 유통 물량 10% 수준 

9일 현대중공업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7~8일 양일간 진행된 개인청약 진행 결과 청약증거금은 55조8,891억원으로 집계됐고 경쟁률은 404.29대 1을 기록했다. 증거금 규모는 카카오뱅크(58조3,020억원)에 이어 역대 6위에 해당한다.

지난 2~3일 진행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1,835.87대 1을 기록하며 코스피 시장 IPO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소 15일에서 6개월까지 보유 주식을 판매가 제한되는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한 기관 비중은 53.1%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사주 조합 청약도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지난달 23~27일 진행된 직원 대상 사전 청약에서는 배정액의 2배 가까운 직원들의 자금이 들어와 완판에 성공했다. 우리사주조합에는 전체 공모주식의 20%인 360만주, 2,160억원 어치가 배정됐다. 올해 진행된 조 단위의 IPO에서 우리사주조합 배정분이 완판된 것은 현대중공업이 처음이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기관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흥행하면서 ‘따상'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 첫날 유통가능 주식 수가 적은 점이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의 상장 후 총 주식 수는 8,877만3,116만주이다. 이 중 83.7%인 7,437만3,116주는 대주주 및 우리사주조합 보호예수물량으로 6개월 이후에나 거래가 가능하다. 상장 첫날 유통이 가능한 공모주 1,440만주 가운데 기관 의무보유확약 물량 또한 거래가 제한된다. 이에 따라 상장 첫날 당일 유통 가능한 주식 수는 약 913만주, 전체 상장 주식의 10.2% 수준으로 추정된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 등과 같은 오버행 이슈도 없다. 현대중공업의 공모가(6만원) 기준 시가총액은 5조3,000억원 수준으로 글로벌 1위 조선사라는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3조8,000억원)과 대우조선해양(2조9,000억원)에 비해 비싸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경쟁사 대비 저렴하게 증시에 등판한다”라며 “선박 교체 사이클과 환경규제 강화 영향에 힘입어 상장 후 양호한 주가흐름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선업 호황으로 실적 개선 기대 ↑

조선업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도 주가 상승 요인이다. 글로벌 조선·해운 리서치 기관 영국 MSI(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는 글로벌 조선 시장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긴 불황 끝에 13년 만에 반등, 2025년까지 글로벌 신조 시장 수요가 연 평균 약 1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고부가가치선인 가스추진선 점유율 세계 1위인 동시에 선박엔진 등 핵심 기자재를 자체 생산·판매하는 등 남다른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한 바 있다. 올해 수주 성적은 총 65척, 88억달러 규모로 이미 수주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매출 3조9,349억원, 당기순손실 3,454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주 상황을 감안했을 때 내년부터는 확실한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진명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국내 경쟁사 대비 해양플랜트 사업 손실 비중이 낮은 편이고 달러화 강세, 선가 상승, 재료비 증가에 대한 충당금 사전 설정 등으로 하반기부터 양호한 이익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지난 전성기에 만들어진 선박들이 노후선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고 해운업의 침체도 해소 추세로 향후 5년간 수주 환경은 지속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달 1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