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등 국내 36개 경제단체 및 업종별 협회(이하 협회)는 23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경제계 건의서를 정부의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협회는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모두 경영책임자 의무내용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하며 의무주체인 기업이 명확한 기준을 파악하기 어렵고, 정부의 자의적 판단만 우려된다”면서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경우 많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협회는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취지를 달성하면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사업장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한 경영책임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제정(안)의 보완이 불가피하며, 아래와 같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의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중증도 마련) 수일 내 회복이 가능한 경미한 질병이 중대산업재해로 간주될 수 있고, 3개월 이상 치료를 요구하는 중대시민재해 규정과의 정합성 고려 시, 시행령에 직업성 질병자에 대한 중증도 기준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안 제2조 및 [별표 1])

여기에 질병명이 특정되지 않은 제13호의 포괄적 기준은 삭제하고, 제22호(공기 중 산소농도 부족 장소 → 산안법상 밀폐공간)와 제24호(덥고 뜨거운 장소 → 고열작업)는 산안법상 구체적 안전보건조치 대상으로 한정돼야 한다. 

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2. (공중이용시설 적용기준 개선) 주유소와 충전소 사업장에는 별도의 사업자가 운영하는 부대시설(차량정비소, 세차장 등)과 유휴부지(주차장 등)가 존재하는 만큼, 해당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중이용시설 적용대상 기준(사업장 면적 2,000㎡ 이상 → 건축법상 건축물 바닥면적 1,000㎡ 이상)을 재설정해야 한다(안 제3조). 또 일반시민의 이용이나 접근이 제한되는 시설(프로판 충전소, 국가중요시설 및 선박건조 관련 안벽)까지 공중이용시설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적용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3.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내용 명확화) 불명확하고 모호해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 부적절한 문언(①중대산업재해 : 충실하게, 적정한, ②중대시민재해 : 적정규모, 적정한)은 삭제해야 하며, 전문인력 배치(제4조제3호) 규정은 기존 법률(산업안전보건법·기업활동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들과 상충되므로 수정이 필요하고, 산업보건의(의사)를 사업장마다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삭제돼야 한다.(안 제4조 및 제10조)

또, 건설업의 경우 업의 특성을 고려해 전담조직 설치 기준(제4조5호)을 완화(시공능력 200위 이내 → 50위 이내)하고, 예산편성(제4조제4호) 및 도급규정(제4조제8호)은 산안법 의무준수(제14조의 대표이사의 이사회 보고·승인, 제61조의 적격업체 선정 의무)로 갈음이 필요하다.

원료 또는 제조물 관련 의무(인력배치, 적정예산 편성) 법령은 [별표 5]의 법령(화학물질관리법, 고압가스안전법 등)으로 명확히 하고, [별표 5] 제12호의 포괄규정은 법률 시행초기인 점을 고려해 삭제가 필요하다. 

4. (‘안전·보건 관계 법령’ 범위 구체적 명시) 관계 법령의 불특정으로 인한 현장 혼란과 감독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보건 관계법령’은 종사자에 대한 중대산업재해 예방 법률인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한정해야 한다. (안 제5조) 아울러 원료 및 제조물 관련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별표 5]의 법령(화학물질관리법, 고압가스안전법 등)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안 제11조)

5. (안전보건교육 수강대상 기준 신설) 유죄 확정 없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만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교육 수강을 강제하는 것은 매우 과도할 뿐만 아니라, 산재예방의 실효성도 없는 만큼, 시행령에 교육대상 규정을 신설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안 제6조 및 제8조) 아울러 교육비 부담규정은 삭제하고, 20시간 교육시간도 6시간 이내로 완화 필요가 있다. 

6. (시행일 유예 특례규정 신설) 정부의 시행령 입법지연, 경영책임자 의무이행을 위한 산업현장의 준비기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2022년 1월 27일부터 즉시 의무준수를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한 만큼, 부칙에 기업규모별로 유예기간을 두는 특례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중소규모 기업(50~299인)은 1년, 그 외 사업장(300인 이상)은 최소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협회는 “법률상 모호한 경영책임자 개념과 의무내용을 구체화하고, 종사자 과실이 명백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기업과 경영자가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관련규정의 신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정부 측에 요구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정부의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 없이 경영책임자만 형사처벌을 받는 부작용 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산업계 의견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반영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법률개정 없이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경영책임자 의무와 과도한 처벌은 근본적 문제해결이 불가하므로, 빠른시일 내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재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