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넷마블(251270)이 '스핀엑스' 인수를 위해 카카오게임 지분 매각에 이어 보유 주식 자산의 추가 현금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에만 카카오게임 지분 전량 매각 등을 통해 7,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했지만 작년 코웨이 인수대금 관련 차입금 상환 등 향후 추가 지출이 예상됨에 따라 넷마블이 사업상 연결점이 적은 기업들의 지분을 추가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출처=넷마블
                             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출처=넷마블

넷마블은 지난 13일 보유 중이던 카카오게임즈(293490) 주식 전량(321만8,320주) 매각으로 2,371억원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카카오뱅크(323410) 지분 일부(600만주)를 장내 매도한 금액인 4,302억원까지 더하면 나흘 만에 6,6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끌어모은 셈이다.

최근 잇따른 넷마블의 자산 매각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스핀엑스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넷마블은 약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인수금액의 5%)과 잔금(75%)을 계약 종결일인 9월 17일까지 지급해야 한다. 이 가운데 1조7,786억원은 은행 대출 등의 차입금이 받아서 해결했지만, 나머지 2,300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아울러 인수금액 중 나머지 20%에 대한 금액(약 5,026억원)을 4년에 걸쳐 내야 한다. 즉, 올해 추가로 1,256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1분기 별도기준 넷마블의 현금성 자산은 2,313억원으로, 작년 코웨이(021240) 인수 대금 관련 대출금 등 올해 하반기에 만기되는 단기차입금 5,000억원 수준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번에 빌린 1조7,786억원에 대한 이자비용까지 고려하면 대규모 현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전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자금이 필요한 넷마블에 좋은 매각 기회로 작용했다. 카카오게임즈 또한 하반기에 출시한 MMORPG 게임 오딘의 흥행으로 주가가 지난 7월 초 5만원 대에서 8만원으로 급등해 시의적절한 매각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넷마블이 지분매각을 한 당일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2.04%, 9.05% 급락했다. 이에 넷마블이 추가 자산매각에 나설 경우 주가 하락 요인을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과거 차입을 최소화하는 보수적 자금 운용을 선호했으나 최근의 M&A 행보를 보면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외부 차입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다만 코웨이 인수 당시 조달한 5,500억원을 빠르게 상환하는 등 금융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기조는 이어가고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 등 사업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자산들을 추가로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현재 상장사 2개, 비상장사 21개 등 총 23개의 국내 계열회사을 두고 있다. 계열사를 포함해 지분을 투자한 법인은 총 56곳이며 주요 상장사로는 코웨이(25.51%), 하이브(352820)(19.90%), 엔씨소프트(036570)(8.88%), 와이제이엠게임즈(193250)(11.06%), 카카오뱅크(1.94%)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다음 매각 대상자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주요 지분 보유 기업 중 지분가치가 제일 큰 곳은 하이브로 넷마블이 소유한 총 708만7,569주(19.90%)의 가치는 17일 종가 기준 2조660억원 수준이다. 하이브의 경우 BTS의 인기가 여전한 동시에 후속 걸그룹 런칭 가시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어 지분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넷마블이 최대 주주인 코웨이(1,851만1,446주, 25.51%)의 경우도 최근 합작회사 ‘넷마블힐러비’를 설립하며 연계를 강화하고 있어 지분 매각 가능성이 낮다.

넷마블은 지난 2015년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엔씨소프트의 우호지분으로 참여하며 지분교환을 했다. 이 과정에서 넷마블은 ‘리니지’, ‘블레이드소울’ 등 엔씨소프트의 IP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나, 현재 넷마블 발표한 신작 리스트에는 엔씨소프트 관련 게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넷마블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은 올해 3월 주주약정계약이 해제된 점도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블레이드소울2 등 대작 IP 후속작들을 연달아 낼 계획이다. 이에 넷마블이 당분간 엔씨소프트의 IP를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엔씨소프트와 연결고리가 약해진 만큼 전량은 아니더라도 일부 주식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현재 추가 매각에 대한 계획은 없다. 이번 카카오뱅크·카카오게임즈 지분 매각으로 충분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며 “코웨이 인수 관련 차입금도 이미 상환이 완료된 상태로, 스핀엑스 인수 대금도 회사의 견고한 재무건정성을 바탕으로 갚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