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1기 신도시 등 수도권은 물론 지방 리모델링 현장 수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반 정비사업보다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향후 리모델링 시장 성장 가능성에 배팅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다수 1기 신도시 아파트가 리모델링 건축 연한을 충족하면서, 수도권에도 본격적인 리모델링 수주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기존 리모델링 참여 건설사 외에도 새로운 대형사들이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DL이앤씨는 14일 4,950억원 규모의 군포시 산본 율곡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따내면서, 18일 기준 누적 리모델링 수주액만 약 1조334억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리모델링 시장에 성공적으로 재안착했다는 평가다. DL이앤씨는 5월 3,225억원 규모의 산본 우륵아파트에 이어, 이달 초 경기 수원시 영통에서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2,16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조직 신설 등을 통해 새로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든 현대건설 역시 수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리모델링 영업팀을 신설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포스코건설과 함께 3,400억원 규모의 용인시 ‘현대성우8단지’를 수주했고 올해 1월에 역시 같은 용인 수지 2.300억원 규모의 신정마을9단지의 시공권을 수주했다. 대우건설도 도시정비사업실에 리모델링 사업팀을 신설한 상황이다.

GS건설 역시 지난해 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개의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송파 삼전현대아파트 사업을, 지난 4월과 5월에는 각각 문정건영아파트와 밤섬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수주권을 따냈다.

전통 강자들도 수도권 수주 시장을 쉽게 내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쌍용건설은 차기 수주 타겟으로 개나리13단지 등 산본 일대를 주목하고 있다. 단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산본 개나리주공 13단지에는 쌍용건설 외에 포스코건설도 수주 의사를 밝힌 상태다.

쌍용건설은 올해 3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수주한 약 4,600억원 규모의 광명 철산한신 아파트에 이어 지난달에는 약 8,000억원 규모의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 사업을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바 있다. 별도 리모델링 전담팀을 설치한 쌍용건설은 현재 누적 수주실적에서 약 2조 5,000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성동구 금호동 금호벽산아파트 등 리모델링 수주전에 본격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이외 지방의 리모델링 열기도 커지고 있다. 대구의 경우 지난달 비수도권에서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한 우방청솔맨션 아파트에 이어 우방오성아파트가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다. 메트로팔레스 아파트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 성원토월그랜드타운 아파트 역시 지난 4월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사업 참여가 활발해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일반 재건축과 달리 사업 추진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이 꼽힌다. 재건축의 건축연한이 준공 이후 30년인데 반해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면 사업이 가능하다. 안전진단에서도 재건축과 달리 B등급이면 추진 가능하다. 기부채납과 초과이익환수 등의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리모델링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도 향후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드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달 부동산특위에서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활성화’를 제시하고 1기 신도시 노후단지에 대한 리모델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지난 3월 이후 2차례에 걸쳐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사업’을 통해 주민들을 상대로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수도권 아파트는 올해 4월 기준 62개 단지다. 가구 규모로는 4만5,527가구다. 2019년 12월의 2만3,935가구보다 90% 가량 증가한 수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향후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서도 지속적인 수주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대형사들의 수주 경쟁이나 컨소시엄 등 협력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1기신도시를 비롯, 부산이나 대구 등 지방 광역시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진출도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