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125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던 병원장 A는 10억원의 체납세금 중 5억8,000만원을 즉시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납세담보를 제공하며 가상화폐 매각 보류를 요청했다.

체납액이 2,000만원인 체납자 B는 가상화폐 300만원을 압류당한 후 “매월 0.75%의 중가산금이 추가되어도 좋으니 지금 당장 추심하지 말고 2년 후 추심하면 모든 체납세액 및 중가산금이 충당되고도 나한테 돌려줄 금액이 있을 것”이라며 매각보류 요청했다.

위의 사례처럼 최근 가상화폐 광풍이 불면서 가상화폐를 재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3곳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보유한 고액체납자 1,566명을 찾아내, 이중 즉시 압류 가능한 676명의 가상화폐를 전격 압류했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고액체납자가 은닉한 가상화폐를 찾아내 압류까지 단행했다.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676명(860계좌)이 보유한 가상화폐의 평가금액은 251억원으로, 모두 압류 조치했으며, 이들의 총 체납액은 284억원이었다. 시는 체납세금 납부 독려 후에도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엔 압류한 가상화폐를 현재 거래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아직 압류되지 않은 890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압류조치를 하고 2차 납세의무자 지정 및 자금출처 조사 등 지속적인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시는 최근 고액체납자들이 가상화폐나 예술품 등 자산이 드러나지 않는 편법수단을 이용해 재산을 교묘히 은닉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경제금융추적TF’를 통해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예술품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도 추적에 나설 예정이다.

시 38세금징수과는 지난달 26일 4개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고액체납자 가상화폐 보유자료를 요청했고, 이중 3곳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했다. 서울시는 지방세 관계법령에 따라 정당하게 자료 요청을 했음에도 여전히 자료제출을 미루고 있는 1개 거래소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최근 가상화폐 가격 급등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해 큰돈을 벌면서도 유형의 실체가 없는 틈을 이용해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하는 고액체납자들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신속하게 자료를 확보하고 압류조치를 단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비양심 고액체납자에 대한 징수활동을 빈틈없이 전개하겠다.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함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