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대로 된 코로나 재난 보상을 위한 손실보상 소급적용 등 자영업자 단체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9일 '제대로 된 코로나 재난 보상을 위한 손실보상 소급적용 등 자영업자 단체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국가가 요구해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피나는 노력으로 방역 조치에 따르며 모든 책임을 다했습니다.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두렵습니다. 배를 채우자고 지원금을 바라는게 아닙니다. 작은 금액이라도 마땅한 피해 보상을 원합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를 포함한 17개 자영업자단체와 정의당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업제한 및 금지 조치로 빚더미에 앉았다는 자영업자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끝없이 감내해야하는 고통에 대해 호소했다. 그간 지켜봐온 수 많은 자영업자들과 동료들의 고통과 어려움이 눈앞에 스쳐 말문이 막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무리 외쳐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지만 국회 소속 의원들에게 이번이 마지막 희망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9일 서울 마포구 홍대 파티룸 로망플뢰브에서는 '제대로 된 코로나 재난 보상을 위한 손실보상 소급적용 등 자영업자 단체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카페, 당구장, PC방 등 각 업종의 대표들은 심상정,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만나 지난 1년간 정부가 보여준 지원책에 대해 평가하고, 현 실정과 손실보상 소급적용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허석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정부의 행정명령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동안 자영업자들은 방역에 있어 모든 책임을 다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이제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없다고 하고 있다. 지원금을 바라는 게 아니라 책임을 다한만큼 손실 보상을 해달라는 것. 모든걸 감수하고 지금까지 버텨와준만큼 앞으로 더 헤쳐나갈 힘을 주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보상해야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과 정의당 의원들이 소급적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자영업자들과 정의당 의원들이 소급적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지원금이 아닌 '보상금' 촉구... "소급적용 않겠다는 정부, 자영업자 피해 체감 못하고 있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코인 노래방, PC카페, 카페, 공간대여업, 당구장 등 업종은 영업제한 및 금지 조치 대상이었다. 이날 각 업종 대표들은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현 실정에 대해 고발했다. 또 이를 체감하지 못한채 소급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에 대해 질책을 쏟아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방연습장협회 회장은 "코인노래방은 지난해 5월부터 5개월 동안 집합금지를 당했고, 영업제한 권고도 2개월 정도 지속돼 지난해 유일하게 53일 동안 영업을 할 수 없었던 업종"이라며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소급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적 횡포며, 4차 지원금 500만원은 한 달치 임대료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현재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관련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감염병 확산에 따른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조치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문제는 시행 시기다. 개정안은 법안의 효력을 공포 후 3개월로 명시하고 있어 이달말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오는 7월이 되야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및 여당 내 일부 인사, 야당 등이 무늬만 보상하는 격이라며 소급적용을 해야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적 한계와 현실적 제한을 들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무이자 대출 정책 등을 유력한 대응책으로 내세우며, 지난 피해는 재난지원금에 포함돼 있어 그 이상 보상은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일관성 없는 재난지원금은 실질적인 도움보다 양극화만 낳았다고 주장하며 현실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격해진 감정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김기홍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장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나라를 위해 당연하게 문을 닫고 자영업자들이 희생해달라고만 하는 정부에 태도에 마음이 무너진다"며 "신용불량자가 되고 목이 졸리는 상황에까지 내몰리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고통이 아니다. 정부의 형평성 없는 정책 때문에 같은 오락 업종이어도 PC방은 줄줄이 폐업하고 게임 대기업들은 호황을 누리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똑같이 입으로 섭취하는 형태임에도 술집, 식당과 달리 기호식품으로 분류된 카페 업종의 경우 최근 폐업하는 점주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장수 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11월 23일부터 시작된 방역 규제로 인해 현재까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폐업하는 카페가 많아지고 있고, 임대차 계약이 남아있거나 설령 폐업한다 하더라도 동시에 그동안 빌린 대출금을 상환해야하는 상황때문에 하지도 못하는 점주들도 많다"며 "재난지원금이 아닌 그동안 고통을 감내하고 양보했던 만큼의 손실 보상금을 정부가 하루 빨리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형태의 업종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부족해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공간대여업협회장 대표는 "파티룸 등은 공간 대여업으로 소자금으로도 옥탑 등 소외된 도시 내 지역을 리모델링해 재생하는 신종 업종이다. 주로 소수 인원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이러한 다목적 복합 문화 공간을 잘 모르는 정부는 코로나19 전파 위험 업종으로 분류했고, 여성 및 청년 사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며 "예약 플랫폼 스페이스 클라우드에 따르면 8평 정도의 파티룸 매출 실태는 1년만에 1590만원에서 84만원으로 95% 가량 급감했다. 얼마 전에는 월세를 내기위해 예물을 팔았다는 업주의 얘기를 듣고 가슴이 뜨거워 졌다. 소급적용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바란다"고 울부짖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재정적 한계 있다면 구체적 예산 수치 공개해야"

정의당 의원들과 자영업자들은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영업자들은 현 정부의 지원책 방안에 허점에 대해 비판하고 발의된 많은 법안들에 대한 손실 기준을 소득이 아닌 매출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전국자영업자비대위 대변인은 "소득으로 둘 경우 점주의 인건비, 건물주라면 임대료를 빼는 등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며 "노점상이던 자영업자던 세금을 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출 증감에 따라 알맞는 지원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에 대해 “현재 정의당이 발의한 특별법은 고정비, 개인 영업주의 최소 소득은 선보상을 하고 소득 파악은 연말 정산으로 추후 정산하는 것”이라며 “영업이익으로 보는 이유는 업종에 따라 실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실소득도 중요하지만 매출액으로 해야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허 의장은 "정의당이 발의한 법안은 우리의 요구보다 강력하고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며 "자영업자들이 얼마만큼의 피해를 입었는지 체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피해 보상만이라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피해 규모나 손실, 이를 보상하기 위한 정부 예산 등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기를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정보가 더 필요하다. 영업이익이든 매출기준이든 국가 재정이 얼마나 드는지 산출하고 그 중 얼마만 가능하다고 한다면 자영업자들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은 채 힘들다고만 말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심 의원은 이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1년 동안 일일히 사업장마다 확인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연간 영업이익이나 대체적인 손실보상영역에 있어 정부가 평균적 수치는 분명히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리 공개했었어야 하는 부분인 것은 동의한다. 다만 피해지원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대략적으로 업종별 통계 수치가 있지만, 피해지원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산출하기 위해 정부 대신 국회 예산 정책처가 이행하고 있다. 수치가 나오면 구체적인 방안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