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에 이어 우주 사업에까지 도전장을 낸다. 스스로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김 사장이 신사업을 통해 경영 승계의 토대를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한화 후계구도가 명확하게 굳어지는 상황에서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한화 3세 김동관, 에너지 이어 우주사업까지 진두지휘
8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팀장으로 그룹의 우주사업 전반을 지휘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이스 허브는 기존 한화그룹 내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우주관련 핵심 기술을 한데 모으고자 설립됐다. 우주사업에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집결,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한화시스템의 통신, 영상장비 전문 인력과 ㈜한화의 무기체계 분야별 전문 인력, 최근 한화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 쎄트렉아이 측이 참여할 예정이다.
한화는 스페이스 허브를 통해 해외 민간 우주 사업의 트렌드를 모니터링하고 연구 방향과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각 회사의 윗 단에 있는 조직이 아닌 현장감 넘치는 종합상황실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발사체, 위성 등 제작 분야와 통신, 지구 관측, 에너지 등 서비스 분야로 나눠 연구·투자에 집중하고 해당 분야 인재를 적극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판 스페이스X인 셈이다.
한화는 최근 우주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는 최근의 우주산업 분위기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세계무대에서 사업 역량과 리더십을 확대해야 한다. 항공·우주 등 신규 사업에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6월에는 한화시스템이 영국의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 벤처기업 페이저 솔루션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으며, 올해 초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최초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지분 약 30%를 취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김 사장은 태양광과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에 이어 우주사업까지 진두지휘하면서 그룹 신성장 동력 육성을 총괄하는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김 사장은 지난달 2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을 인수한 쎄트렉아이에서 무보수로 이사직을 맡기로 했으며, 그달 2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등기 임원으로 추천되는 등 우주산업에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그룹 신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한다는 점에서 불거졌던 자질론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3세경영 기반을 강화하는 행보로 보고 있다.

자립 능력 입증 ‘관건’… 우주사업, 승계 기반 될까
김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10년 그룹에 들어왔다. 이후 한화솔라원, 한화큐셀 등을 거치며 태양광 사업 육성에 집중해왔다. 차장으로 입사해 5년여 만에 상무를 달았고, 9년 만에 부사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과 석유화학, 첨단소재 3개 부문을 통합해 새출범한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 부사장을 맡게 되면서 본격 그룹 신사업 사령탑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에는 부사장 승진 9개월여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의 신성장 사업인 태양광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은 데 따른 결과다.
김 사장은 태양광과 동시에 수소에너지에도 드라이브를 걸며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직접 챙기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쌓은 내공을 기반으로 오는 2023년까지 수전해 기술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수전해 방식은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전기화학적 기술이다.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충전시설 설치 및 운영까지 총망라하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해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게 회사의 구상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연말에는 유상증자를 단행해 투자를 위한 실탄도 확보했다. 또한 올해 초 수전해기술개발팀을 수소기술연구센터로 확대 개편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정훈택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수소기술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고속 승진과 빠른 승계 작업에 비해 홀로서기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은 김 사장의 약점으로 거론된다.
김 사장은 입사 십여 년만에 그룹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자리까지 올라섰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졸업의 경력 없는 차장이 입사 1년도 안된 2010년 12월 한화솔라원의 등기이사로 임명됐고, 2014년 12월에는 상무까지 승진했다. 상무 승진 1년 만에 한화큐셀 전무로 올라섰고, 전무 승진 4년만에는 또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 성과에 따른 것이라지만 일반 샐러리맨으로서는 밟기 어려운 코스다. 김승연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강조하는 등 김 사장을 지원 사격하고 있다. 김 사장의 성과가 그룹의 지원 아래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니콜라는 김 사장의 아킬레스건이다.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미국 수소트럭 업체인 니콜라에 1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니콜라가 상장한 후 주가가 폭등하면서 김 사장의 선구안은 주목받았지만 현재 니콜라는 사기설에 휩싸인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당분간 투자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진다.
태양광과 수소에너지에서 스스로 경영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가운데 우주사업까지 거머쥐게 된 김 사장은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우주사업을 그룹 내 핵심축으로 키워내야만 자립 능력을 입증하며 후계자로서 확고히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인만큼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성과는 행보도 행보지만 결국 숫자로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게 되지 않는다면 핏줄 덕분이라는 평가는 떨쳐낼 수 없을 것”이라며 “김동관 부사장의 지금까지 작업은 성과가 그룹 수장이 될 만큼 성과가 동반됐다고 보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페이스 허브도 그룹 내 사업부서를 헤쳐 모여라고 지시하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지 중요한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고 결과로 보이느냐다”며 “니콜라 투자 실패는 문제가 될 만한데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김 부사장을 띄워주는 게 결국 아버지 도움을 받았다고 봐야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