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비트코인 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24일 새벽 한 때 5만달러선을 넘어서는가 싶었으나 아직은 4만7000달러선에 머물며 횡보만 거듭하는 중이다. 비트코인은 왜 떨어지는 것일까?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상황을 단순하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잘 나가던 비트코인의 하락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긴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22일 전후다.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시세 자체가 하락해 24일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5만달러 이하에 머물러 있다.
비트코인 시세가 하락한 결정적 배경으로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규제 관련 발언이 지목된다. 그가 22일 뉴욕타임즈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매우 비효율적인 결제 방식"이라 비판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자산의 개념을 넘어 결제의 수단으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미 재무장관의 날 선 반응이 비트코인 시세 하락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평가다.
비트코인 시세 상승의 핵심이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하락세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가격이 너무 높다"고 언급한 직후 시세 상승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15억달러 수준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테슬라는 비트코인 시세가 하락하자 주가도 곤두박질치는 겹악재에도 시달리는 중이다.
여기에 시세 조작 논란을 겪고있는 리플(XRP)과 관련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맹공이 상당한 가운데 관련재판도 열리는 중이다. 해당 재판의 결과에 따라 암호화폐 및 비트코인 전반의 시세가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국내에서 비트코인 이익에 막대한 세금을 부여하는 방침이 통과되는 한편 각 국의 규제가 심해지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도 문제다.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비트코인 시세 상승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각 국의 디지털 법정 화폐 발행 가능성은 비트코인 행보에 있어 여전한 변수다. 옐런 장관은 비트코인을 비판하며 "디지털 달러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비트코인이 당장 달러를 대체할 수 없다. 패권국 미국의 지위를 지켜주는 중요한 두 개의 기둥이 엄청난 군사력과 기축통화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이 달러를 위협하는 순간 제도권의 조직적인 압박이 가해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직 비트코인은 글로벌 경제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달러는 물론 그 외 각 국의 통화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 머스크와 옐런의 말 한 마디에 시세가 출렁이는 것만 봐도 비트코인 시세 불확실성을 잘 알 수 있다. 국내의 일개 BJ가 소위 '잡코인'으로 분류되는 알트코인 시세를 사실상 조종할 수 있는 것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불확실성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흐름으로 비트코인이 추락하고 있다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먼저 '타이밍'이다. 머스크는 오랫동안 비트코인 옹호론자로 활동하며 한 때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을 비트코인으로 바꾼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비트코인 시세는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았다. 다만 테슬라가 15억달러의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밝히자 비트코인 시세가 급상승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머스크가 트위터 프로필을 바꾸고 비트코인 예찬론을 남겼기 때문에 시세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 테슬라가 대량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세가 올라갔다고 보는 편이 맞다.
옐런 쇼크도 마찬가지다. 그가 비트코인 규제 이야기를 꺼낸 순간 비트코인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하루 정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머스크와 옐런의 '입'이 비트코인 시세 하락에 일조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완전한 결과일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의 하락세를 두고 시세 차익 실현을 위한 조정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디지털자산 플랫폼인 Q9캐피탈의 제임스 퀸 대표이사는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15억달러 어치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한 번에 청산되어 업계에 충격을 준 것"이라며 "당연한 조정"이라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열풍이 불며 사람들이 막대한 대출을 통해 투자했고, 이자가 지나치게 급등하자 빚 상환 압박이 커졌다"면서 "빚을 갚으려 비트코인을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시세가 하락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창과 방패의 대결
비트코인 하락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페이팔, 테슬라에 이어 스퀘어가 24일 지난해 말 1억7000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되어 눈길을 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작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으며 작년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자산 가운데 암호화폐 비중은 5% 정도다.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능성에 배팅한 셈이다.
그러나 각 국의 규제 가능성이 여전한데다 자금세탁 의혹 및 높은 변동성은 여전히 비트코인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동안 창과 방패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