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공공재개발 참여 열기가 뜨겁던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의 대상은 ‘공공재개발사업 후보지 공모사업 대상 제외 회신처분’이었다.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대상에서 기존 도시재생사업 지역을 일괄적으로 배제하자 해당 지역의 추진위원회가 행정소송 불사에 나선 것이다.

철거 아닌 재생...결과는 ‘슬럼화’

도시재생사업지역의 주민들이 공공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주거 환경개선 효과가 매우 미미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 유형 중 주거지 재생형 사업의 경우, 일부 공공시설이나 지원센터, 박물관 건립이나 벽화 그리기 등의 사업이 진행됐지만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주택환경 정비는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공공재개발에 나선 종로구 창신동, 종로구 숭인동, 구로구 가리봉동5구역, 용산구 서계동 등도 상황은 모두 비슷하다.

실제 창신동 일대의 한 중개업자는 “이곳 주민들은 주로 골목길 확장이나 노후된 건물 신축, 가로등 추가 설치 등을 원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환경 개선은 별로 없다. 슬럼화를 방치하니 주민들 사이에서 도시재생에 대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관계자는 “창신·숭인, 가리봉 등에서 도시재생 사업에 실망한 주민들이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시재생 정책 실패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 주거를 유지해 강제 수용 여지가 없었던 점 등은 친서민적인 정책으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인 주거 개선 효과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비용이 과거에는 벽화 그리기, 최근에는 앵커시설 구축, 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 등의 지원비용으로 나갔기 때문”이라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2.4 대책서 도생사업 보완...“한계 있지만 긍정적”

기존 도시재생정비사업이 지역의 슬럼화에 일조했다는 비판이 강해지면서, 정비사업과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4일 발표된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 공급대책) 역시 이런 부분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주거재생혁신지구 도입과 도시재생 인정제도를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부지확보의 용이성을 올리고, 재정지원 등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진했던 도시재생 사업의 노후 주거지 개선 기능을 대폭 보완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의견이다.

우선 공공이 지구단위 주택정비를 추진하는 “주거재생혁신지구”를 도입해, 도시재생 지구 내 신규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입지규제 최소구역 의제와 기반시설, 생활SOC 설치 등에 국비를 지원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정비사업·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을 연계하는 “주거재생 특화형 뉴딜사업”도 신설해, 재정 지원을 강화한다. 정부는 해당 보완책을 통해 약 3만호의 주거를 추가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지역에 철거 등이 가능한 정비사업 연계 도입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국내 도시재생사업은 재건축과 재개발이 사실상 배제됐다. 이번 공급대책으로 재개발·재건축이 도시재생사업의 범주에 들어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재개발이 더 타당한 지역은 완전 재개발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건산연 역시 대책 발표 이전 “선호도와 만족도가 낮은 집수리, 소규모 정비사업 등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은 민간주도 중·대규모 정비사업 수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존 도생사업지, “실망감 커...전면적인 재개발이 필수”

기존 도시재생사업지역은 이번 공급대책에 대해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대선 창신동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기존 도시재생사업의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대책이다"며 "사업지 대다수는 전면적인 재개발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주거혁신신설지구에 대해 직접 관련 기관에 문의를 해봤지만 전면 재개발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이 서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기존 도시재생사업은 6년간 실패했다. 이 정도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지만 매우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

그는 “향후 기존 사업지들과 연대해 독자적으로 사업지 환경 개선 등에 나설 생각이다. 도시재생 활성화구역 해제를 위한 동의서 징구와 행정심판을 계속해서 진행할 생각이다. 대다수 주민과 소유자들은 서울시가 도시재생정책을 전면적으로 폐지할 것을 적극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