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박민규 기자] 코로나19가 촉발한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본격화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제 대응은 물론 위기 속 체질개선을 통한 생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는 유독 산업계에 파장을 미칠 굵직굵직한 M&A가 많은 시기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기업들이 2016년 이후 보류했던 ‘선택과 집중’을 재개한 모양새다. 이로 인해 산업 생태계는 거대한 지각 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알짜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눈에 띄는 M&A 장면을 모아봤다.
SK, 10조원 메가빅딜로 K반도체 승부수
올해 가장 주목받은 M&A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인텔사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 인수다. 앞서 지난 10월 20일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90억달러, 한화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M&A는 한국 자본 시장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4년 전 삼성전자가 차량용 전장 업체인 하만을 80억달러(9조3000억원)에 사들였던 것보다 1조원이나 큰 국내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낸드플래시 분야는 꾸준히 SK하이닉스의 취약점으로 꼽혀왔다. 실제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9.9%로 5위권에 머물러있었다. D램 시장 점유율 30%와는 대조적인 수치다.
M&A에 따라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시장 점유율은 22.9%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지난해 인텔의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9.5%로 6위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더할 경우 3위인 키옥시아의 점유율 17.3%를 훌쩍 뛰어넘는 세계 2위 수준을 달성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 1·2위를 한국 기업이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반도체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던진 승부수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8여 년 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사들일 때만 해도 안팎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가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었던 데다 그룹의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없다는 점에서였다. 자칫 모기업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일 것 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 하이닉스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거듭났다. 2016년 한 해를 제외하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이번 M&A가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 SK하이닉스는 5년 내 낸드 매출을 인수 이전 대비 3배 이상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그간 D램 선도기업으로만 인정받아왔던 회사 가치를 ‘톱 메모리 플레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은 올해 SK하이닉스 딜 외에도 SK건설의 EMC홀딩스 인수, SK실트론의 듀폰 SiC웨이퍼 사업부 인수 등으로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SK그룹이 ‘M&A명가’로 불리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향후에도 SK그룹이 불확실성 시대에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유통기업에서 석유·화학기업으로 축 재편
롯데그룹의 화학계열사 롯데케미칼 또한 올 한해 잇단 M&A로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범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던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을 포트폴리오로 추가하고자 지난 1월 롯데첨단소재를 한 지붕 안으로 들였다.
이후 회사는 2030년 매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단 ‘비전2030’을 발표하며 공격적 확장 정책의 시작을 알렸다. 롯데케미칼의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이 대략 16조5000억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10년 동안 회사를 3배 이상 키우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일본의 배터리 양극재·음극재 회사인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쇼와덴코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쇼와덴코의 지분 4.69%를 1617억원에 사들였다. 지분 확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간접적으로나마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시장에서도 롯데케미칼의 쇼와덴코 지분 인수가 향후 M&A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관계회사 롯데정밀화학이 두산솔루스를 인수하기 위한 펀드에 29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롯데정밀화학은 펀드 참여를 두고 단순 투자 목적에 따른 것이라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배터리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가운데 음극재에 활용되는 핵심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업체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배터리 산업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차후 대규모 M&A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대형 M&A를 위해 두산솔루스 지분 투자에도 롯데케미칼이 아닌 롯데정밀화학이 나섰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현재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며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이렇다 할 행보가 없다는 점도 당분간 롯데그룹의 M&A가 이어질 것이란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한화, 방산 한계 태양광·수소 등 미래에너지로 돌파
한화그룹의 종합화학기업 한화솔루션 또한 공격적인 M&A 전략을 구사해왔다. 앞서 지난해 7월 한화그룹은 석유화학, 소재, 태양광 사업을 단일 법인으로 통합해 장기 성장성을 확보하겠다 밝히며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한화케미칼의 합병을 예고한 바 있다. 그 결과 올해 1월 탄생한 한화솔루션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꾸준한 M&A로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우선 올해 8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부문인 한화큐셀은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그로윙에너지랩스(GELI)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화솔루션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성사한 M&A로 앞서 회사가 제시한 3대 중장기 전략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 리테일 사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GELI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상업용 태양광 발전 설비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제어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을 개발·판매하는 업체다. 한화큐셀은 GELI를 교두보로 삼아 분산형 에너지 시장에 진출, 태양광과 ESS로 구성된 전력 패키지를 임대해 전력 거래 계약을 맺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한화솔루션은 최근 100% 자회사인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까지 끌어안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잠정 합병 시점은 내년 4월이며, 한화솔루션은 기존 4개 부문(전략·첨단 소재·케미칼·큐셀)에 2개 부문(갤러리아·도시 개발)을 더해 총 6개 부문을 운영하게 된다.
이번 합병은 경영효율성 제고와 사업경쟁력 강화 차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갤러리아 부문의 경우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고전을 겪고 있다. 하지만 유통 업체인 만큼 향후 뛰어난 현금 창출 능력으로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백화점 사업 강화와 합병회사의 사업 역량을 활용한 신규 사업 기회 창출도 기대된다. 한화도시개발의 경우 산업 단지 개발 사업에서 탄소 배출 감축 시스템 등을 구축해 한화솔루션의 그린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重그룹, 조선 넘어 종합 중후장대 기업으로
조선업 역사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하며 종합 중후장대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SK네트웍스 주유소,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잇단 거물급 M&A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2월 10일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두산밥캣 제외)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들 컨소시엄은 추가 협상을 진행한 후 올해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해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수 절차가 끝나면 건설기계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은 물론, 공동 딜러망 구축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의 국내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은 50% 전후 수준까지 오르며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도 4~5%대 까지 높아져 5위권 기업인 볼보건설기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 구매 및 연구개발비 절감, 생산수직계열화 수준 향상,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 등도 기대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다각화 구상을 본격화했다. 양사 통합은 현재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와 유럽연합(EU) 해외 기업결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가 합쳐지면 세계 수주 점유율 20%가 넘는 초대형 조선업체가 탄생한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의 소매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SK네트웍스 주유소를 인수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정유업계 2위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잇단 M&A는 주력사업인 정유와 조선사업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다각화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의 매출은 정유가 54%, 조선이 35%로 양분화 돼있다. 두 사업 모두 대표적인 경기 민감업종인 만큼 저유가와 달러 등 대외요인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를 모두 품게 될 경우 공정자산 6위 포스코(80조3400억원)에 이어 한화그룹(71조6860억원)을 넘는 7위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 품고 세계 7위 메가캐리어로 비상
항공업 대격변기 한 가운데 있는 한진그룹은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포스트 코로나는 물론 새로운 100년 채비에 나선다. 1969년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며 탄생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빅딜이라는 과업을 통해 창립 반세기만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빅딜이 한진그룹 재도약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항공시장에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기준 매출액을 보면 대한항공이 12조6834억원, 아시아나항공이 6조9658억원이다. 양사가 더해지면 매출만 약 20조원에 달하는 대형 항공공룡이 출범하게 되는 셈이다.
양사통합시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는 막대하다. 우선 보유항공기 대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항공정보 사이트 플라이트 트레이더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기체 보유대수는 173개, 아시아나항공은 86개다. 두 항공사의 총 보유대수가 259개로 늘어나면서, 에미레이트항공 267개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비용 절감 효과도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1년에 4000억~5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70% 수준의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에 양사를 통합해 하나로 경영할 경우 효율성 제고 효과도 기대된다. 나아가 인천공항의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한 조인트벤처 확대는 해외 환승 등 여객 수요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대한항공은 노선망,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실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양사의 합병으로 등장할 메가캐리어(대형항공사)는 세계 7위권 수준에 달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2019년 기준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29위다. 명실상부한 항공명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단계별주요내용
1단계사업
("10.3월-15.7월/5008억)
7톤급액체엔진(3단사용)개발연소시험
2단계사업
('15.8월-'19.2월/8020억)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구축및상세설계
75톤급액체엔진개발인증및시험발사체발사('18.11.28)
3단계사업
('18.4월-22.3월/6544억)
75톤급엔진4기활용클러스터링기술개발
및한국형발사체(누리호)2회발사("21.2월 21.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