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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플라이강원이 TCC(Tourism Convergence Carrier·관광융합 항공사)를 표방하며 날개를 편지 1년이 지났다. 2016년과 2017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삼수 끝에 국적항공사로서의 지위를 얻은 플라이강원은 그해 11월 양양~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12월 대만 타이페이, 이듬해 1월 필리핀 클락 등에 취항하며 9번째 국적항공사로서 활동을 본격화 했다.
하지만 지난해 보이콧 재팬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루고 있다. 국제선 운항은 3월 이후 멈췄고, 국내선의 상반기 탑승률은 46%에 그쳤다. 특히 국제선 운항이 모두 중단되며 ‘인바운드 전용 항공사’라는 정체성에도 금이 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원석 플라이강원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항공관광산업의 폭발적인 반등을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 불황은 현재 진행형이고, 플라이강원을 둘러싼 비관적인 전망도 여전하다. 그러나 주 대표는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지난 11일 강원도 양양 플라이강원 본사에서 만난 주 대표는 “사드에 보이콧 재팬까지 연이은 데다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되돌아보면 한 6~7년을 허송세월 보낸 거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라면서도 “그런데 아직도 설레서 잠을 잘 못잔다. 코로나19 종식 후 과거의 시장이 다시 도래할 것을 생각하면서 준비를 고민하느라 잠이 더 줄었다. 거의 없어진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2전 3기 플라이강원 "부채가 거의 없다"
주 대표는 경신고등학교를 졸업, 서울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인재다. 골프투어를 시작으로 관광업계에서만 22년 정도 일해 잔뼈 굵은 전문가로 통한다. 2010년경 중국 인바운드로 수혜를 보면서 항공업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부터는 관련인사를 영입하고 2015년 플라이강원 TF를 꾸리는 등 차근차근 항공업 진출을 준비해왔다. 2016년 4월 플라이강원(당시 플라이양양)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12월 첫 면허 신청에 나섰지만 실패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주 대표는 취항 1주년의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 운항 시작하고 만 13개월 됐는데 이 기간보다 2016년 4월 12일부터 2019년 3월 6일까지 면허취득을 하고 운항증명 받기 전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거의 만신창이가 됐다. 여행업의 경우 사고가 나면 모든 부분을 거의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항공은 그렇지 않다. 이에 따라 안전운항을 증명하려면 3805가지 수검절차를 밟아야 한다. 보고서만 2만5000장이 넘는다. 이 과정이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플라이강원은 면허 신청 반려 사유를 철저히 분석해 사업계획을 보완하고, 사명까지 플라이양양에서 플라이강원으로 바꾸는 2전 3기 노력 끝에 드디어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12월 첫 면허 신청일로부터 2년 3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예상지 못한 코로나19 발생으로 플라이강원은 휘청이기 시작했다. 당장 보유 항공기 수와 노선 경쟁력이 약한 상황에서 여객 수요까지 줄면서 유동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자본금이 있었지만 매달 약 30억원의 고정비가 빠져나가고 정부로부터 금융지원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하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여름 휴가철 소폭 살아나던 여객 수요로 한숨 돌리던 플라이강원은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또 다시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히 당시 항공권 환불이 물밀 듯 밀려오며 직원들의 두 달치 임금은 물론 지상조업사에 지불할 대금을 연체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그 결과 올해 들여온 보잉 737-800기종 항공기 2대는 반납했으며, 직원들의 3분의 2가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올해 사업계획으로 예상매출을 1300억원으로 잡았다. 그런데 100억원도 매출을 내지 못했다. 1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시설과 장비를 들여왔지만 코로나19로 매출이 나지 않으면서 상황이 열악해졌다. 저희가 자본금과 주식 초과발행한 것까지 합하면 투입된 자금이 600억원은 넘는데 지금 잔고가 1억 미만으로 남아있다. 비용절감을 위해서 항공기 반납도 했지만 기말에 3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주 대표는 털어놨다.
하지만 주원석 대표는 “재무적으로만 놓고 보면 작년기말과 올해 기말 자본잠식률 등 분위기가 나쁘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숫자라고 본다. 부채총액이 100억원 미만으로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다른 회사들은 몸집이 무거워 부채가 발목을 잡는데 우리는 돈을 빌리지를 못해 부채도 없다. 부채가 없다는 게 유일한 무기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플라이강원은 내년 사업비 310억원을 포함한 유동성 확보에 물심양면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기자가 취재를 간 11일 강원도가 플라이강원 운항장려금 6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60억원은 플라이강원 직원들의 10개월치 월급에 달하는 금액이다. 나머지 금액은 주 대표의 사비를 포함해 관련 기존 주주들과 SI, 기관투자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마련하고 적정한 시점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주원석 대표는 플라이강원의 내년도 사업계획과 함께 기업공개 등 장기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종식이 불투명한 만큼 내년 국제선 복원시점을 4월, 7월, 10월 세 가지 경우로 가정하고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며 “시기에 따라 목표매출과 투입 시설 장비도 매우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주 대표는 내년 4월부터 국제선이 재개될 경우 2021년도 매출이 1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어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됐다고 가정할 경우 50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플라이강원은 2023년에는 7300~74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부정기편과 컨버전스 매출은 제외한 것으로 해당 매출을 포함하는 경우 2023년 매출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주 대표의 설명이다.
코로나 위기가 여전하지만 주 대표가 미래를 생각하며 '잠을 못 이루는' 이유다.
여세를 몰아 플라이강원은 항공기도 지속 도입하며 외형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소형기와 중대형기를 동시에 보유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말 B737-800, 2021년 B787 드림라이너 2대, 2022년 B787 드림라이너 1대, B737 맥스 2대, 2023년 B787 드림라이너 1대, B737 맥스 2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이에 따라 2023년 총 10대의 항공기를 보유한다는 구상이다.
물론 아직은 조심스럽다. 항공업계 불황이 여전한 가운데 플라이강원 지원에 대한 각계 각층의 온도차이도 여전한데다 주 대표가 말한 장밋빛 전망이 100% 현실이 될 것이라 장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플라이강원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도 여전하다.
주 대표와 플라이강원도 일각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정교한 로드맵을 세워 위기를 돌파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주 대표는 “앞서 2022년 손익분기점 달성을 통해 2023년 기업공개를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예정보다 조금 늦어질 것으로 본다. 기업공개는 기술상장이 아니면 3년이상 이익을 내야하는 만큼 2024년이나 2025년은 돼야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항공업 재편 시장논리로… 첼린저 위한 제도 지원 절실”
한편 이날 주원석 대표는 최근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등 산업재편과 지원방향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솔직히 항공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경쟁자수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좋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리가 돼야 한다고 본다. 항공사 수가 많은 것이 절대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가격도 낮아지고 서비스 수준도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개발국가나 풀서비스캐리어 1사, 저비용항공사 1사 체제로 운영하지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는 맞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비행기 1대당 고객수송분담율이 높은 공급이 부족한 나라다. 항공기 대수와 항공사 수를 별개로 놓고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에 지적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항공기 1대당 연간 수송 인원 규모는 대략 28만명으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다. 우리나라의 포화도를 100으로 볼 경우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필리핀이 74.8%, 인도가 71.5% 수준이다. 이들 나라의 항공사수를 보면 필리핀 9개, 인도 18개다. 항공사가 43개인 중국도 포화율은 56.3%에 불과하다. 그말인 즉슨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추가 공급력 투입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가 공급력 투입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은 주요 노선의 연간 탑승률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대부분의 노선에서 연간 탑승율이 80%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 소비자가 원하는 일정에 항공좌석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그는 정부의 항공업 지원이 단기적인 현금성 지원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원석 대표는 “모든 산업에 첼린저(Challenger·도전자)가 있어야 발전한다”며 “이들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지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도전적인 신규사업자들의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지원해 사회간접자본(SOC)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게 주 대표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욱관광부는 지방공항 활성화 전략을 내놓으며 양양과 무안, 청주공항 등 지방공항을 인바운드 전초기지로 쓰겠다 발표한 바 있다. 지방공항을 통한 저비용항공사(LCC)의 거점 운항과 자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관광객들을 지역 관광지와 연결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태로 모든 계획은 올 스톱된 상황이다.
그는 “중앙정부와 광역단체, 기초단체가 획일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특히 국책은행들과 시중은행들도 리스크만 따지지말고 전향적으로 시장을 인정해주고 SOC급의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신용보험이나 보증보험 등 안전장치를 제공해주는 식으로 제도적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에서 제도든 지원금이든 매출이 일어나고 투자를 불러일으킬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주원석 플라이강원 대표는 “나는 인바운드 관광으로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시장을 직접 겪어왔고 믿고 있다. 시장 회복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플라이강원은 반드시 성공한다. 성공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에서 우리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