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욱 편집국장] ‘블루에서 레드로...’.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최고조 상태다. 새로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와 시간까지 더 통제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에서 분노감까지 가미된 ‘코로나 레드(Corona Red)’ 상태로 진입한 셈이다.

주변을 봐도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때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폭행시비가 잇따랐던 것도 코로나 레드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변화는 실제 통계자료에서도 드러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코로나19 뉴스와 정보에서 느낀 감정’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불안’이었지만 ‘분노’의 비중이 점차 커졌다. 8월 초와 8월 말(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을 비교한 결과 8월 초 불안 62.7%, 분노 11.5%였던 비중이 8월말에는 불안 47.5%, 분노 25.3%로 분노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분노조절장애 진료실 인원 현황’ 자료에서도 올 1월~6월까지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1389명으로 집계, 지난해 전체 환자인 2249명의 61.7%에 달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레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 집안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분풀이’의 대상을 가족으로 삼는다는 데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혼율이 증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이혼 건수는 8776건으로, 전년 동기(8680건)보다 1.1%(96건) 늘었다. 

한국은 올 들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됐다. 특히 ‘K방역’으로 불리는 국가 방역시스템은 타국의 모범사례로 인용되며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외실보다는 내실 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심리방역’에 대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는 지난 1월부터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각 지방자치단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구성된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 심리상담과 휴식·치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가 주 대상이다. 관리인원 확충과 실제 지원을 받는 대상자 범위를 비확진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가 TV 등 미디어나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통해 홍보하고 있는 것도 마스크 바로 쓰기, 코로나 증상 점검과 대처요령 등 주로 외형적 방역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 블루’나 ‘코로나 레드’에 대한 진단과 치료 방법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 스스로 ‘심리방역’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의료법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마련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다. 당장 ‘코로나 우울증’에 대한 질병코드 조차 없다. 코로나 블루나 레드가 질병으로 분류돼야만 진단기준이 명확해지고 질환정도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사후 관리가 가능하다.  앞서 정부는 9월 중앙사고수습본부의 방역총괄반장이 직접 나서 질병코드 신설 방안에 대해 “전문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발표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후 액션이 없다. 

이제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어떻게 써야하고 코로나19 증상은 어떤 것이며, 검사와 이후 행동요령까지 잘 숙지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오는 확진자 문자 정보와 식사 한 끼 편하게 못하는 현재의 상황들에 국민들은 피로감만 쌓일 뿐이다.

일본 최고의 경영자로 꼽히는 마쓰시타그룹의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감옥과 수도원의 공통점은 세상과 고립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불평을 하느냐, 감사를 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이왕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감옥이 아닌 수도원에서 버티길 간절히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