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강남 일대 재건축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강변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들의 호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조합 설립 청신호가 켜지면서, 사업 시행 시그널과 함께 2년 실거주 등의 규제도 피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4·5구역은 물론 1·2구역과 3구역 역시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율 확보에 성공하면서 조합설립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실거주 피해 ‘속도전’...“1개월 만에 주민 78% 동의”

17일 압구정 일대 재건축 아파트의 추진위원회(추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압구정 3구역은 지난 9일, 1·2구역은 11일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요건인 75%를 달성했다. 압구정 2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주민 동의율은 77% 이상까지 올라간 상태다.

상가 비중이 2구역보다 높은 압구정 1구역 역시 15일 기준 77.5%의 주민동의율 달성에 성공했다. 추가적으로 주민동의율을 80%까지는 확보한다는 것이 이들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일부 동의 철회 등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압구정 4구역과 5구역 역시 지난 9월 이미 주민동의율 75%를 무난하게 달성한 상태다.

압구정 3구역 인근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압구정 3구역 인근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지난 여름부터 진행된 압구정 일대 재건축 사업은 흡사 ‘속도전’을 방불케 했다는 것이 주변 부동산 업자들의 평가다. 압구정 2구역(신현대 9·11·12차)의 한 중개업자는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 2구역은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 이른 시간 안에 시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굉장히 빠르게 추진된 편”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2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재준위 단계부터 조합설립 신청 직전까지 거의 4개월 만에 돌파한 셈”이라면서 “통상 길면 2년까지도 걸리는 기간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단지도 속전속결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압구정 1구역(미성1·2차) 역시 10월 초 입주에게 추진 동의서를 발송한지 약 1개월 만에 추진 동의 요건을 달성했다.

이런 빠른 추진 배경에는 일대 단지 주민들의 재건축 열기가 한 몫하고 있다는 평이다. 압구정 2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분위기가 수년 전 재건축을 시도했을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했다. 지난 7월 ‘사업신청요청서’ 징구 시에도 18일 만에 50%의 요건을 넘겨 60%에 달하는 동의를 얻었다. 3년 전 동의율이 44%에 그쳐 사업이 무산된 점을 비교하면, 재건축 추진 열의가 훨씬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일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들은 재건축 추진 열기가 강해진 가장 큰 이유로 ‘6.17 대책’을 들고 있다. ‘6·17 대책’에서 해당 단지들이 유예 기간 안에 조합 설립 신청을 끝내지 못하면, 소유주들이 2년 실거주를 그대로 적용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2년 실거주가 가장 큰 동인으로 작용했다. 해외나 지방에 있는 주민들도 실거주하지 않으면 재건축을 다시 추진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주민들까지 모두 재건축 찬성으로 돌아서게 됐다”고 밝혔다.

도정법 개정안 ‘유예기간 3개월’...대다수 실거주 규제 피할 듯

압구정 2구역은 향후 조합 설립 신청을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압구정 2구역 추진위는 16일 추정분담금 등 심의를 요청했다. 해당 관계자는 “관련 심의가 12월 첫째 주에 통과된다. 2월 중순에 총회를 열고 인가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 구청의 인가신청 접수는 3월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압구정 2구역 일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압구정 2구역 일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지난달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법안 통과 후에도 조합설립을 위한 유예기간이 3개월 정도 주어지게 된다. 오는 12월 중순에서 말 사이 본 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 최소 내년 3월 중순까지는 조합 설립에 여유가 있는 셈이다. 현재 조합동의율 확보에 성공한 대다수 추진위 관계자들은 3월까지는 조합 설립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압구정 1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기한 내 조합 설립 신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심의 및 창립총회 안건 정리 등 최종 조합설립까지 상당한 절차가 남아 있다. 유예기간 역시 유동적일 수 있어 빠르면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는 창립총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호가·실거래가 꾸준히 갱신

유예기간 내 조합 설립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이면서 압구정 일대 아파트 가격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외적으로 급등한 매물을 제외하면 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의 호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실거래가의 경우 거래 자체가 적지만 거래 시마다 신고가에 가까운 가격을 보이고 있다.

압구정역 일대의 한 부동산 업자는 “여름 이후로 실거래가는 꾸준히 신고가를 보이고 있다. 10월에는 현대7차 157㎡ 매물이 42억원 가까이 거래됐다”고 말했다. 신고가를 갱신하면서 2억원 가까이 뛰어 오른 셈이다. 호가 역시 엇비슷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해당 업자의 주장이다. 해당 업자는 “매물에 따라 5000여만원에서 2억원까지는 상승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평균적인 가격에서는 이전의 가격대를 회복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아직 저렴하다고 판단해 문의를 주는 경우는 있다”면서 “지난 여름 65억원에 실거래된 현대7차 245㎡ 매물은 굉장히 특수한 사례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