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은 올해 유독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아직 올해가 끝이 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큰 변동성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를 향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각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무려 20년 간 애널리스트의 길을 걸으며 한 우물만 판 증권인이 있다. 게다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최연소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심지어 최다기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한 것도 모자라 지난 2016년 42세에 최연소 리서치센터장까지 하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이다.
이경수 센터장은 진정성을 투자 철학으로 하며, 반성문까지 마다하지 않는 자세를 갖고 있다. 즉 이 모든 것들이 한 데 어우러져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시장 분석, 천직
이경수 센터장은 무려 20년 간 애널리스트로서 한 길만 걸어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길을 택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회계학 전공으로 당시 학교 수업의 모든 커리큘럼이 회계사 시험과목에 맞춰줘 있었다고 회상했다. 따라서 같은 전공 출신의 선배와 동기 중 90% 이상은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 역시 당시에는 당연히 ‘회계사’라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회계사 선배들의 일상을 들어보니 매년 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의 업무가 매우 답답하게 느껴졌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는 “회계사가 제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살아 숨 쉬는 대상과 연구를 좋아하는 성격에 가장 잘 조합된 일이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 그러나 그가 취업할 당시에는 외환위기 직후의 상황으로 취업이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운이 좋게 삼성증권에 입사하게 됐고, 지금까지도 이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즉 이경수 센터장은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이 같은 행복한 직장인인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거시환경과 주식시장 분석, 자산배분 전략 제시 업무 등을 하는 ‘스트래트지스트’라고 불리는 투자전략가다. 지금은 리서치센터의 업무를 총괄하는 리서치센터장을 담당하고 있다.
제일 우선시 되는 철학은 ‘진정성’
그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한 분야에 몸담고 있었던 만큼 코로나19를 비롯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과 같은 이슈가 생기면 많은 이들이 그를 찾는다. 주로 그들은 이 센터장에게 시장의 전망을 묻곤 한다. 물론 그에겐 당연하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그가 시장의 전망을 논할 수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연평도 해전이 발생했을 때의 일”이라며 “각종 언론에서 연평도 해전으로 인한 북한과의 지정학적 위험이 미치는 향후 시장 전망을 질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의 생명과 연계된 변수를 놓고 시장의 전망을 논하고 싶지 않았다”며 “지금도 사람이 죽고 사는 변수와 관련해서는 시장 전망을 논하고 싶지 않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배 전략가들한테도 이 같은 생각을 전달해 주고 싶다는 게 이 센터장의 생각이다. 당시 이 같은 솔직한 내용으로 그는 한 라디오에서 인터뷰를 했고, 이는 곧 화제가 됐다.
그의 솔직함, 진정성은 사실 이 뿐이 아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폭락 후 상승할 때 주식의 비중을 줄이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다시 의견을 바꿔 주식의 비중을 늘리자는 내용으로 일종의 반성문과 같은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당시 한 언론사에서는 ‘주가가 올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하기도 했다. 보통 애널리스트들이 자기반성을 하는 경우가 없는 문화였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들로부터 응원을 받아 이 센터장은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금도 애널리스트에게 있어서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자문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메리츠증권의 리서치센터에서 제일 우선시 되는 철학이 ‘진정성’ 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로 말한다’라는 철학도 갖고 있다. 때문에 그가 갖고 있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보고서에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다. 후배들에게도 역시 자신의 생각에 솔직하라고 조언해준다는 그다.
그는 “애널리스트는 프로야구와 같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하는 전문직”이라며 “프로페셔널해야 하면서도 누가 시켜서 혹은 누구의 눈치를 보고하는 일이 아니다. 노력한 만큼 시장의 평가는 정확하게 돌아오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차 살 때보다 더 공부해야”
나아가 그는 투자자들의 경우 늘 주식시장이 오를지 내릴지 둘 중 하나의 결론을 요구하지만 사실 오르고 내리는 것 보다 그렇게 판단하는 과정에서의 논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논리가 있어야 전망이 틀렸을 때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을 투자자들에게 이해시키는 일은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많은 글과 세미나를 통해 소통하며 이를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투자자들은 내년 증시 전망에 관심이 많다. 역시나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오르냐, 내리냐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이에 그는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장기 상승은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며 “네트워크 효과를 수반하는 초연결사회로의 세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같은 세상의 변화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장기 추세적 상승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그런 과정에서 변동성은 수반될 수밖에 없지만 이와 관련해 시장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며 “기술혁신의 대중화 기준을 침투율 30%로 보고 있다. 그 이후 공급과잉에 따른 기업마진율 하락으로 강세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기술혁신 변화는 침투율이 10%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에 단기 시장의 변동성과 주가 조정에 흔들리지 말고 길게 시장을 바라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어 그는 “주식투자의 성공적 경험을 갖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고령화 사회의 재테크 수단에서 이제 주식투자를 빼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주식투자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주변 사람의 정보 한 마디로 소중한 자산을 쉽게 투자하지 않길 바란다”며 “4000만원짜리 자동차 한 대를 살 때 얼마나 많은 자동차 대리점을 다니면서 신중하게 고르는 지 생각해보라”고 지적했다. 즉 자동차를 살 때 보다 그 이상으로 공부를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천직이라고 말하는 이경수 센터장. 그는 오늘도 어떻게 하면 투자자들에게 선의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 또 고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