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SK

[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최근 주주 이익 극대화를 지향하는 현행 주주자본주의를 고객과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 개막식 초청 강연에서 “기업은 돈을 버는 목적이 너무 강해 공감 능력이 없었다”며 “사회와 공감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기업의 미래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그동안 미국 재계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어 왔는데 최 회장이 국내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이 이슈를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해외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 동향은 최남수 서정대 교수(전 YTN 대표이사)가 최근 발간한 ‘양손잡이 경제’에 소개됐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지난해 8월에 새로운 ‘기업지배구조의 원칙’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신자유주의 체제의 근간이 되어온 주주자본주의의 종언을 선언해 주목을 끌었다.

BRT는 이 원칙에서 기업의 목적이 고객과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봉사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주주의 순위를 맨 뒤에 두면서 주주에게는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임을 강조해 그동안 큰 문제로 지적돼 온 단기이익 추구를 배제했다는 것이다.

BRT의 이 같은 선언 이후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다보스 선언의 주제로 채택하는 등 적극적인 전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슈밥 회장은 “주주자본주의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법인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조직이라는 점을 잊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주주자본주의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의 지배적 모델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기업이 공정한 몫의 세금을 부담하고, 부패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며 글로벌 공급 체인에서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남수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며 “정부와 기업, 학계가 기업의 목적을 재설정함으로써 사회의 공동선과 함께 호흡하는 기업의 새로운 모습을 모색하는 일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