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뉴타운이 시끌시끌한 이유는
뉴타운 블록지정 앞두고 저마다 다른 목소리
한남동 일대가 시끄럽다. 이달 초 일부 언론을 통해 한남뉴타운이 기존 7개 구역에서 4개 거대 블록으로 통합돼 개발될 것이라는 내용이 발표된 때문이다. 이 내용은 지난 10월 용산구가 개최했던 주민설명회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지만 언론 발표를 통해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 지역은 동빙고동 지역의 조합원들이다. 한남뉴타운이 4개 구역으로 통합될 경우 기존 2구역에 속했던 동빙고동은 기존 7구역에 속했던 보광3구역과 통합된다. 문제는 한강변에 인접한 동빙고동이 한남뉴타운 전체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높아질 것이지만 보광3구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남뉴타운은 한강과 남산의 조망권을 함께 확보하고 있고, 인근 미군부대 이전에 따른 대규모 공원 조성이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의 개발 호재로 인해 최고의 입지를 갖춘 뉴타운 지역으로 손꼽혀왔다.
그 중에서도 동빙고동은 한강 조망권에 가장 인접해 있는 분지이기 때문에 개발이 완료된 시점에는 강남 집값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보광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에서도 “한남뉴타운 지역을 주택 가격 기준으로 3구역으로 구분한다면, 제1순위가 동빙고동 일대이고, 2순위가 역시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한남동 일대라면, 나머지 구릉지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빙고1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이태남 위원장은 “보광3구역과 합쳐질 경우 동빙고 지역 조합원 중 40%는 보광3구역에 집을 배정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막대한 재산 손실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동빙고동 조합원들의 말만 들으면 보광동 조합원들은 통합 추진 소식이 반가워야 한다. 보광동 조합원 중 일부는 동빙고동으로 배정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광동 조합원들 역시 통합 추진을 반기지 않고 있다.
동빙고동 “합치면 재산 손실 크다”
보광3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4개 블록 통합 추진이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 조합원들은 아직까지 특별한 반응이 없다”면서도, “통합이 된다면 오히려 우리가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동빙고동의 경우 한강 조망권을 제외하면 아무런 장점이 없다. 상가나 업무시설이 전무해 생활환경이 보광동보다 좋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또한 “동빙고 지역에서도 고밀도 건물이 들어서는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역은 보광동과 비슷한 높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주민설명회에서 구철회 용산구청 뉴타운사업팀장도 언급한 적이 있다. 구 팀장은 설명회 당시 동빙고 지역에 초고층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은 일부 부동산업자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한 적이 있다.
한남뉴타운은 한강과 남산의 조망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구릉지에 저층 타운하우스를 집중시키고 저지대인 분지 지역에는 고밀도 주상복합 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때문에 구릉지에 비해 분지 지역의 집값 상승 여력이 더 크다. 두 지역 조합원들 사이에 견해 차는 있지만 통합 추진에 반대한다는 사실만은 일치하고 있었다.
보광동 “생활환경 나빠 우리가 손해다”
4개 구역 중 1, 2구역에 해당되는 이태원 지역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재개발 시작 시기 때문인데, 언론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3, 4구역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사업이 추진되지만, 이태원동에 속하는 1, 2구역은 이보다 3년 늦은 2012년부터 개발이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남뉴타운 총괄계획을 맡고 있는 SH공사 측은 “일시적 난개발, 전세대란 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처럼 시차를 두는 방안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태원 지역 조합원들은 1단계와 3년이나 시차를 두는 이유에 대해서 수긍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남뉴타운은 2003년 11월 제2차 뉴타운지구로 선정된 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타운지구로 지정되면서 건축허가제한 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에 2003년 이후로 신축이나 개축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태원 지역 조합원들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2012년에 재개발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 늦다는 입장이다. 개발이 시작될 시점까지 기다리는 동안 주거환경의 악화 외에도 재산상의 손실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 측은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지가 확고하다면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용산구 뉴타운추진팀은 “이태원동 일대를 2단계로 늦춘 것은 재개발 노후도 요건에 맞지 않기 때문”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니 충분히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불만에 대해 용산구나 서울시의 뉴타운사업담당 부서들은 “언론에 공개된 것은 고려하고 있는 여러 안 중 하나일 뿐,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용산구 뉴타운추진팀에서는 “아직 서울시 뉴타운사업팀의 본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은 상황”이라며, “본위원회 심의 후에도 구의회 자문이나 주민공람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구체적인 얘기를 하긴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개발계획이 장기간 표류하자 지분 가격도 다소 하락했지만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가장 좋은 입지의 뉴타운으로 손꼽히며 거주자 및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한남뉴타운이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
박스
한남동도 부동산 한파
지분가격 30% 급락…매매도 없어
뉴타운지구 선정 이후 5년 동안 기본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한남뉴타운 지역도 부동산 한파를 겪고 있다. 이 지역은 대지면적 20㎡ 이하 소형지분의 가격이 6000만원 선에 근접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엔 고점이었던 지난 2006년 말보다 지분 가격이 평균 30% 정도 급락했다. 그래도 매매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역 지분 가격은 고점이었던 2006년 당시 대지지분 27㎡ 다세대 주택이 5억2000만원, 83㎡ 단독주택과 33㎡ 빌라의 경우 각각 6억5000만원, 5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이들 지분에는 모두 전용 85㎡ 입주권이 주어진다.
최근에는 대지지분 27㎡ 다세대 주택이 3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며, 83㎡ 단독주택은 4억800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갔지만 거래가 끊긴 상태다. 33㎡ 빌라도 마찬가지. 최근 호가가 3억9000만원까지 내려갔다.
그래도 한남뉴타운 지역은 서울시가 재정비촉진계획으로 결정해 내년 봄에 고시를 앞두고 있고, 내년 중에 토지거래허가 요건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어 충분한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
<ⓒ아시아경제신문이 만든 고품격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 리뷰' (www.ermedia.net) 무단전재 배포금지>













